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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산업 진화와 지방 경쟁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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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호 30면

‘굴뚝 없는 산업’이라고 하는 관광산업이 자연경관을 활용한 볼거리에서부터 음식과 조화 이룬 먹거리, 문화·예술·레저를 접목한 즐길거리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관광산업에 대한 높은 관심은 전라북도를 포함한 전국 자치단체가 모두 마찬가지다. 관광을 농업·탄소산업과 함께 도정의 3대 키워드로 정해 ‘토털관광’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추진 중이다.


도지사로서 관광에 중점을 둔 것은 전주시장 재임시 전주한옥마을의 성공에서 얻은 자신감이 계기가 됐다. 한 해 8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된 전주한옥마을은 전국 관광지 관광객 수와 비교하면 단위 면적당 단연 1위일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관광객들이 한옥만 보기 위해 오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전주한옥마을의 한옥은 오래된 전통가옥이라기 보다는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집이 많다. 서울 북촌이나 인사동 고택에 비해 오히려 초라할 정도지만 남녀노소, 특히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전주한옥마을은 태조어진을 모신 경기전과 향교 돌담길 그리고 근대문화유산인 전동성당 등이 보존돼 있다. 여기에 근대를 거쳐 현대로 넘어오면서 남아 있는 옛 정취를 그대로 정비하고 현대적 감각을 도입, 자연스러움을 유지했다. 근대에 세워진 이발소나 약국 등이 오랜 세월을 견디고 그 자리에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새로운 개발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을 담은 공간적 요소를 보존하고 활용한 것이다. ‘옛 것’은 지나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자극이라는 점에 착안해 한옥마을에 자연스럽게 카페 문화를 접목시켜 젊은 층을 유인하는 융·복합을 도입했다. 옛 것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을 실현한 것이다.


전북도는 제조업 등 산업분야가 상대적으로 취약 한 반면에 전통을 기반으로 한 문화·인문환경은 타 지역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스스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풍부하다. 멋과 맛 그리고 소리의 고장으로 불리는 전라도는 가야, 백제의 주류이자 후백제의 도읍지·조선왕조의 발상지다. 또 근대화의 초석이 된 동학농민혁명의 기포지로서 역사성을 지닌데다 곡창지대인 호남평야를 중심으로 일제 수탈의 역사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하지만 이것도 충분조건일 뿐 바로 관광 중흥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이제는 관광도 고도의 시스템화가 필요하다. 우리는 흔히들 ‘머물러야 한다’ ‘체험해야 한다’고 관광개념을 설정한다. 이른바 ‘체류형 관광’이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 전국 어디든 당일 관광이 가능한 속도의 시대를 살고 있다. 한 지역에서 머무르면서 먹고, 자고 돈 쓰는 관광은 거의 불가능해진 셈이다. 영역을 넓혀야 한다. 머무를 수 있는 코스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자치단체별로 관광객을 공유해야한다. 그럴 때만 체류형 관광이 성립될 수 있다. 우리가 해외여행을 갈 때 몇 나라를 계획해서 가는 것처럼 관광권역을 광역단위로 설정하고 자치단체 간 관광객을 공유하는 토털관광이 이뤄져야 한다.


전북도는 이 토털관광 개념을 시스템화하기 위해 ‘관광 패스라인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먼저 도내 14개 시·군별 1대표 1관광지와 1생태관광지 한 곳씩을 선정해 140억원을 들여 대대적인 정비를 하고 있다.


‘관광 패스라인’은 전북도 전체를 하나의 관광지로 보고 14개 시·군의 대표 관광지를 하나의 관광 시스템으로 연계하는 토털관광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전북도를 찾는 관광객이 전주한옥마을 들러 진안 마이산을 구경하고 남원 광한루원에서 숙박할 수 있다. 그 반대로 하더라도 결국은 도내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관광객이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단일 패스권’이다. 관광객들은 이 패스권(전북관광자유이용권) 하나로 관광지 입장, 교통, 주차장, 숙박, 특별가맹점 혜택 등 전라도 관광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관광 패스라인 구축사업은 용역 결과를 토대로 내년 1월부터 전주와 완주 두 지역에서 시범 실시한 뒤 확대할 방침이다. 토털관광은 그 중요성 만큼이나 기술적으로 복잡하다. 문제점을 보완해가며 속도 있게 추진해 관광전북의 든든한 토대를 마련할 계획이다. 관광산업은 이제 고도의 시스템화가 필요하다.


송하진전북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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