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갈냄새 폐광을 테마파크로 … 80만 명 다녀갔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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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동굴에 문을 연 와인 레스토랑 [중앙포토]

새우젓을 보관하던 버려진 폐광이 경기도 광명시의 랜드마크가 됐다. 지난 4월 유료화 이후 7개월 만에 80만 명이 다녀간 ‘광명동굴’ 얘기다. 광명동굴은 5년 전만 해도 도심의 흉물 폐광인 ‘가학광산’으로 불리었다. 동굴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컸지만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는 이가 없었다.

‘광명동굴’ 만든 양기대 광명시장
황금길·와인바 만들어 유료화
도심 흉물서 랜드마크로 변신
지하수 이용 물 사업도 구상중

 그러자 양기대(사진) 광명시장이 “폐광을 살려보겠다”며 발 벗고 나섰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폐광을 동굴 테마파크로 바꾸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며 시장에 당선된 그는 그해 9월 시청 직원과 동굴을 처음 방문했다. “바닥은 질척거리고 허리는 90도 숙여야 했으며 새우젓 비린내가 진동했다. 그땐 정말 이걸 어떻게 개발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곳을 관광지로 만드는 게 베드타운과 위성도시 이미지를 벗는 유일한 길”이란 결심을 굳혔다.

 당장 “카드뮴 비가 내린다”는 등 부정적 여론이 앞을 가로막았다. 시의회도 동굴 관련 예산은 무조건 삭감했다. 하지만 양 시장은 오히려 행보를 빨리 했다. 반대하던 시의원들을 설득해 44억원의 예산을 받아낸 뒤 동굴이 있는 산을 매입했다. 2011년 8월엔 동굴 안의 큰 공간에 100석 규모의 ‘동굴 예술의 전당’을 꾸며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그해 10월엔 지역주민들을 초청해 국내 최초로 동굴 음악회도 열었다. 폐광은 예술공간으로 탈바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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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 시장은 또 다른 실험에 나섰다. 동굴 유료화였다. 동굴 안에 와인바를 만들고 싶어도 예산을 투입할 수 없었다. 자급자족이 답이었다. 초기 동굴 개발 때보다 반대는 더 심했다. 양 시장은 “유료화하면 누가 오겠느냐는 말부터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적잖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올 초 3개월 공사 끝에 와인바·아쿠아월드·지하호수·황금길 등 새로운 볼거리와 체험 공간을 조성했다. 우려와 달리 유료화는 대박이었다. 재개장 이후 6개월여 만인 지난 26일 관람객 80만 명을 넘어섰다.

 하이라이트는 이달 초 열린 ‘넥스트 경기 창조 오디션’이었다. 예산 100억원을 놓고 경기도 31개 시·군이 ‘예산 배틀’을 벌였는데 광명동굴을 앞세운 광명시가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양 시장은 “창조경제의 모델이자 세계적인 동굴 테마파크로 나아가겠다는 비전이 처음으로 공식 인정을 받은 것”이라며 “ 부정적인 시선에도 흔들림 없이 함께해준 광명시 직원들이 없었다면 결코 이루지 못했을 성과”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양 시장은 또 다른 히든카드도 준비 중이다. 가칭 ‘광명동굴 황금수’다. 동굴 지하에 저장된 지하수를 이용해 물 사업을 벌인다는 구상이다. 제주도 물보다 수질이 더 좋고 수량도 풍부하다는 현지 실사 결과도 나왔다. 양 시장은 “광명동굴의 진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명=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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