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하면 전두엽, 야구하면 소뇌 발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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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하면 사람의 뇌 중 전두엽(前頭葉)이 발달하고, 야구를 하면 소뇌(小腦)가 발달한다고 일본의 시사주간지 아에라가 18일자에서 보도했다. 일본의 뇌 과학 전문가들의 분석을 토대로 했다.

전두엽은 감정과 사고를 제어할 뿐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기능을 하는 '뇌 안의 뇌'다. 지능지수(IQ)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소뇌의 경우 무게는 뇌 전체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뇌 전체의 절반에 해당하는 신경세포가 모여 몸의 균형감각을 유지하도록 한다.

이 잡지는 "축구형 뇌가 발달한 사람은 현장에서의 자율적 판단이나 창조력을 필요로 하는 직업을 선택하고, 야구형 뇌는 높은 숙련도나 매뉴얼을 중시하는 직업이 맞다"고 밝혔다. 한 조직 내에서도 축구형 뇌와 야구형 뇌를 상황에 맞게 구사해야 하는 직업이 많다고 지적했다.

◆ 축구와 야구의 차이=뇌 과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①축구는 중간 휴식시간을 빼면 항상 플레이 상태인 반면 야구는 중간 중간에 흐름이 끊긴다. ②야구는 완전 분업형인 반면 축구는 올라운드 플레이에 가깝다. ③야구는 감독의 지시에 의해 움직이나 축구는 경기장에 들어가면 선수들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 ④축구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생각하는 반면 야구는 과거 데이터에 의존한다. ⑤축구는 정해진 시간 안에 이뤄지지만 야구는 원칙적으로 승패가 가려질 때까지 승부를 겨룬다. 결론적으로 축구는 창의성이 많이 요구되는 반면 야구는 특정 기술 연마형이란 것이다.

◆ 뇌에 미치는 영향=스와도쿄이과대학의 시노하라 기쿠노리(篠原菊紀) 교수는 "공과 선수의 위치가 쉴새없이 변하고 연속된 흐름 속에서 순간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 축구는 전두엽 발달에 효과적이고, 정해진 틀 안에서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 무의식 중에 몸이 반응하는 야구는 소뇌 개발에 좋다"고 분석했다. 홋카이도(北海道)대학 사와구치 도시유키(澤口俊之) 교수는 "뇌의 단련이란 관점에서 보면 어린이에게는 순간적인 판단능력과 공간 인식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축구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소니 컴퓨터사이언스연구소의 모기 겐이치로(茂木健一郞) 수석연구원도 "영국이 영재교육 차원에서 어린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는 것은 전두엽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야구에 대해 "투구나 타격 같은 기술은 머리로 생각하기보다는 끝없는 훈련 끝에 몸에 밴다"며 "그런 기억들은 소뇌에 그대로 축적된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다이어트이나 금연을 결심해도 오래 못 가는 것은 소뇌의 발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0세 전후까지는 전두엽 발달을 위해 축구를, 그 이후에는 자기 수련을 위해 야구를 권장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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