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마티스 질환, 소처럼 우직하게 치료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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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움병원 류마티스내과 강윤 원장

최근 필자의 진료실을 찾은 30대 중반의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가 하소연을 하고 돌아간 적이 있었다. 질환을 진단 받은 지 5년이 흐른 지금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싸움을 계속하는데 지쳐 있다는 것이다. 이 환자는 1년 정도 류마티스 내과에서 치료를 하며 호전을 보이던 중 치료에 지쳐 자의적으로 병원 방문을 중단하고 대체의학 등으로 눈을 돌렸던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호전되던 증세가 다시 악화되는 등 문제 의식을 느껴 뒤늦게 다시 병원을 찾은 것이다.

환자가 겪고 있는 류마티스 관절염은 퇴행성 관절염과 다르게 젊은 사람들에게서도 나타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전쟁에 있어 가장 무서운 것은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고 있던 내부에서 일어나는 반란인데, 이처럼 자가면역질환도 우리 몸 안에서 내 몸을 지켜주기 위해 존재하는 세포들이 오히려 스스로를 공격하여 생기는 것이다. 자가면역질환은 면역계 공격이 일어나는 부위에 따라 질환이 나뉘는데, 대표적으로 류마티스 관절염을 포함한 류마티스 질환이 있다.

류마티스 질환은 관절이나 관절 주위 뼈, 연골, 근육 등에 염증이 발생하면서 발병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류마티스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건선성 관절염 등이 있다. 발병요인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진 내용은 없지만, 대부분 면역체계의 비정상적인 반응으로 염증을 일으키는 종양괴사인자(TNF)가 공격해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다.

먼저 가장 잘 알려진 류마티스 관절염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나며, 관절 내 지속적인 염증반응으로 인해 연골 손상이 일어나거나 심한 경우 관절 기능의 장애까지 초래하는 것이 특징이다. 초기 증상으로 손과 발의 관절 통증이 있으며, 아침에 관절이 1시간 이상 뻣뻣하게 굳는 조조강직이 있다면 류마티스 관절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에 염증이 생겨 점차적으로 척추 마디가 하나의 뼈처럼 굳어지는 질환으로, 특히 20-30대의 젊은 남성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주요 증상으로는 척추 관절에 강직감과 관절통이며, 자고 일어난 후 겪는 조조강직 등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일상 생활을 하면서 통증이 완화된다고 느끼기 때문에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척추 변형이 온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

건선성 관절염은 붉은색의 인설성 발진과 함께 손발가락, 척추 등에 관절염증상이 나타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다른 류마티스 질환과 마찬가지로 아침에 관절의 뻣뻣함을 느끼는 것이 주요 증상이다. 특히 건선성 관절염은 건선의 동반질환으로 나타날 수 있어 이 전에 건선 증상이 없었던 환자들은 방치 시 건선 증상까지 심각해 질 수 있어 초기부터 체계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류마티스 질환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지지만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를 통해 효율적인 질환 관리가 가능해졌다. 우리 몸의 척추나 관절은 한 번 변형되면 다시 본래의 상태로 되돌리기 어렵다. 따라서 초기부터 생물학적 제제를 통해 효율적으로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최근 치료 트렌드이기도 하다. 실제로 생물학적 제제 사용으로 증상 개선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삶의 질까지 높아졌다는 임상 결과들도 보고되고 있어, 효과적인 류마티스 질환의 치료를 기대해볼 수 있다.

류마티스 질환은 장기간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그 과정들이 지루하게 느껴지고 끝이 보이지 않아 지칠 때도 있을 것이다. 앞서 소개한 환자처럼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때에는 방심하는 마음이 찾아오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끈기와 인내를 가지고 치료를 받기를 거듭 당부 드린다. 질환을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환자 대부분은 좋은 치료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부디 자의적으로 치료를 중단하지 말고 의료진과의 충분한 교감을 통해 류마티스 질환과 싸워 이겨낸 내 몸의 영웅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 본 칼럼은 외부필진에 의해 작성된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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