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하회마을 충효당 40년 만에 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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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을 남긴 서애 류성룡(1542∼1607) 선생의 종택인 경북 안동 하회마을 충효당이 오는 30일 오전 11시 종가 대청에서 길사(吉祀)를 지낸다. 길사는 새 종손이 선조들께 승계를 알리는 제사다. 이번 길사는 서애의 15대손인 류창해(58)씨가 종손으로 초헌관을 맡아 서애와 4대 선조에게 차례로 고하게 된다.

창해씨의 부친 영하 공은 지난해 8월 30일 별세했다. 충효당은 올 들어 9월 18일 길사의 앞선 절차인 기년상(朞年喪, 1년상)을 마치고 이달 12일 담사를 지냈다.

충효당은 앞서 1975년에 길사를 지냈다. 당시 시영 공의 3년상을 마친 영하 공이 충효당 종손의 계보를 잇는 의미의 길사를 치른 바 있다. 충효당이 40년 만에 다시 길사를 지내는 것이다.

길사는 먼저 사당에서 신주를 모셔내는 출주례(出主禮)로 시작된다. 이어 신주가 봉안되면 신을 부르는 강신례(降神禮)가 진행된다.

다음은 중심 행사인 초헌례다. 새 종손은 초헌관을 맡아 서애와 4대조에 첫 번째 잔을 올리고, 축문(祝文)이 낭독된다. 이와 함께 5대조의 신주는 땅속으로 묻힌다. 4대만 봉사하기 때문이다.

이어 아헌례다. 두 번째 잔을 올리는 순서로 이 행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새 종부가 잔을 올린다. 종부는 이날 활옷 예복에 수놓은 댕기를 곱고 화려하게 입고 화관을 쓴다. 행운과 권위, 부부애, 영원한 삶 등의 뜻이 담겨 있다.

다음은 세 번째 잔을 올리는 종헌례다. 삼헌이 끝나면 신이 음식을 편하게 드실 수 있게 하는 유식례(侑食禮)가 이어지고 음식을 다 드시면 숟가락과 젓가락을 내린다. 이어 축관이 초헌관에게 "이성(利成)"이라고 고하면 신주를 사당으로 다시 복위하고 축문을 불태운다. 그러면 모든 제관과 손님이 서로 절하고 음복례(飮福禮)를 끝으로 길사가 끝난다. 종손과 종부는 이때부터 공식적으로 문중을 대표하게 된다. 이날 길사에는 후손·문중 등 1000여 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안동에서는 2011년 퇴계종택과 2010년 학봉종택에서 길사가 있었다.

안동=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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