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실세로 떠오른 졸릭 부장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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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로버트 졸릭(사진) 미 국무부 부장관이 국무부의 실세로 떠올랐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7일 보도했다. 전통적인 부장관의 직무범위를 넘어 전천후로 활약하며 국무부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졸릭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두터운 신임 아래 유럽과 일본을 구슬려 이라크 재건에 참여시키는 중책을 맡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2기 행정부의 주요 목표인 중동 민주화도 진두지휘하고 있다.

중국과의 정무.경제 현안 협상도 그의 몫이다. 미국이 공을 들인 쓰나미(지진해일) 복구사업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 작업도 도맡았다.

이런 위상 때문에 지난주 그가 이라크.수단을 방문했을 때 8명의 기자들이 동행하며 취재경쟁을 벌였다. 장관 아닌 부장관의 순방에 기자단이 따라간 것은 이례적이다.

국무부 차관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역임한 졸릭은 외교와 경제에 두루 해박하다. 이념보다 현실을 중시하는 실용주의 관료로 정평 나 있다. "포커는 주어진 카드만 갖고 치게 돼 있다"는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의 말이 그의 좌우명이다.

졸릭은 한국과의 무역에도 관심이 많다. 농무부 소관인 미국산 쇠고기의 한국.일본 수출 재개 문제를 "국무부가 책임지고 처리하겠다"며 떠맡았을 정도다.

졸릭은 최근 에번스 리비어 동아태 부차관보에게 미국산 쇠고기의 수출 재개를 독려하며 "당신은 들국화를 먹는 소 광대(You chrysanthemum eating bovine buffoon)"라는 농담을 던졌다고 한다.

에번스가 일본 근무 경력이 있는 미 외교관들의 모임인'들국화 클럽'멤버임을 상기시키면서 그 경력을 살려 일본.한국과의 쇠고기 협상을 빨리 성사시키라고 주문한 것이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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