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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양육, 군 복무도 연금 가입기간에 더해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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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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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의 이모(66)씨는 작은 공장의 월급쟁이 사장으로 일하며 15년 정도 국민연금 보험료를 부었다. 그 덕분에 현재 월 32만원의 연금을 탄다. 이 돈은 이씨가 용돈으로 쓴다. 생활비는 부인이 손녀딸을 봐주고 월 120만원을 받아서 생활한다. 이씨의 부인은 “우리 때는 국민연금을 잘 몰라 가입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나도 가입해 둘이 같이 연금을 탔다면 지금보다 생활이 나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스톱! 용돈연금 <하> 노후 도움되는 국민연금으로
가입 상한 59세로 묶였는데
첫 취업 9년 새 1년 늦어져
보험료 내는 기간 점점 줄어

 청소 일을 하는 오모(63)씨는 월 38만원의 연금을 탄다. 여기에다 월급을 더해 수입이 140만원밖에 안 된다. 오씨는 “병원에 가야 하고, 경조사를 챙겨야 한다. 집 사느라 대출 이자를 내야 해서 알뜰하게 써도 한 달에 200만원은 있어야 하는데…”라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국민연금이 은퇴자에게 보탬이 되려면 다양한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 보험료를 올려 소득대체율(생애소득 대비 노후연금의 비율)을 높이자는 주장이 있지만 실행이 쉽지는 않다. 생활에 여유가 없어서다. 본지가 전국 40, 50대 남녀 1000명을 설문조사 했더니 54.3%가 그런 주장에 반대했다. 찬성은 44.1%였다.

 차선책은 가입 기간을 늘리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거꾸로 간다. 첫 취업 연령은 2004년 22.5세에서 조금씩 늦어져 2013년 23.5세가 됐다. 사회 진출이 늦으면 연금 가입 시기가 늦어진다. 그나마 내년에 법정 정년이 60세로 연장되기 때문에 연금 가입 기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법이 장애물이다. 가입 상한 연령이 59세로 고정돼 있다. 정년이 연장돼도, 2013년부터 연금 수령 개시 연령이 5년마다 1세 늦춰져도 요지부동이다(2018년 62세, 2033년 65세). 이로 인해 60세 이후에까지 일을 해도 보험료를 더 내기 힘들다. 더 내고 더 받아야 ‘용돈 연금화’를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는데 이게 안 된다. 물론 임의로 계속 가입할 수 있지만 보험료를 본인이 모두 내야 해서 가입이 쉽지 않다. 이정우 인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금 수령 연령이 늦어지면 가입 상한 연령을 당연히 늦춰야 하는데 그대로 두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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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경제활동 기간이 짧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보완해야 한다. 현재 아이를 낳으면 최대 50개월(둘째부터 12개월), 군 복무에 대해 6개월 보험료를 낸 것으로 인정한다(크레디트 제도). 구직급여 수령 기간 동안 보험료 75%를 지원하는 실업 크레디트가 내년 시행된다. 선진국은 우리보다 훨씬 다양한 방식을 시행한다. 독일은 아이 한 명당 10년까지 양육 크레디트를 제공한다. 일을 해야 하고 개인소득이 전체 평균소득보다 낮을 경우 평균소득만큼 보험료를 낸 것으로 인정해 준다. 35년 가입자에게만 인정한다. 근로를 이끌어 내고 국민연금 부족분을 채워 주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양육·질병·실업급여 수령 기간에다 기술훈련·학업 기간까지 크레디트를 인정한다. 독일은 이런 제도 덕분에 연금을 못 받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 인제대 이 교수는 “출산 크레디트를 양육 크레디트로 확대하고 군 복무 기간 전체를 인정하며 질병·산재·수발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력한 대안은 소득상한선(현재 421만원) 인상이다. 거의 모든 전문가가 동의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현재 여건상 당분간 보험료 인상은 어렵다”며 “소득상한선을 가입자 평균소득의 2.5배 수준(500만원)까지 올리면 충분하지는 않지만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3년 연금재정 재계산을 위한 제도발전위원회는 650만원을 제시했다. 상한선을 올리면 모두 덕을 본다. 노후연금을 계산할 때 가입자 평균소득이 매우 중요한 잣대인데, 이게 올라가기 때문이다. 421만원이 안 되는 사람은 보험료가 올라가지 않고 그 이상만 올라간다. 만약 650만원으로 올리면 그 구간 해당자는 월 27만~28만원 정도 연금이 늘어난다.

 
◆소득상한선=보험료를 매기는 기준 소득은 현재 421만원이다. 월급이 1000만원이더라도 421만원으로 간주해 9%의 보험료를 매긴다. 1995~2010년 360만원으로 묶어 놓는 바람에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이를 올리면 421만원 초과 구간 해당자는 보험료가 늘고 연금도 는다. 그 이하는 보험료는 늘지 않고 연금이 다소 는다.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에스더·정종훈 기자, 김다혜(고려대 영문4)·김정희(고려대 사학4) 인턴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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