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노인빈곤 막으려면 유족연금부터 확 뜯어고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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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국민연금은 시대의 관심사가 됐다. 노후 보장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령자에게 용돈도 안 되는 푼돈만 지급하는 현행 제도로는 사회안전망 구실은커녕 노인에게 절망만 안겨준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중앙일보가 26~28일 연재한 ‘스톱! 용돈연금’ 기획기사는 이를 지적했다.

 국민연금이 제대로 기능해 노인빈곤을 줄이려면 무엇보다 유족연금 제도부터 확 뜯어고쳐야 한다. 연금 수령자가 사망한 뒤 가족이 받는 유족연금은 현행 국민연금 기본수령액의 40(가입 기간 10년 미만)~60%(20년 이상)에 불과하다. 올해 5월 기준 월평균 유족연금이 25만7580원에 불과하다는 현실은 놀랍다. 1인 최저생활비(62만원)에도 한참 못 미치는 이 쥐꼬리만 한 돈으로 어떻게 노후에 생활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생계 보장이 목적이지만 실제로는 노후빈곤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비난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재혼할 경우 받을 수도 없으며, 유족 자신이 따로 연금을 받을 경우 중복 연금 수령 조건도 박하다는 평가다.

 더구나 57만여 명에 이르는 유족연금 수령자의 92%가 여성이다. 여성 경제활동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하위권인 59.6%라는 현실에서 이들 대다수는 남편이 남긴 유족연금에 기댈 수밖에 없다. 유족연금의 모순을 개선하지 않으면 노인들의 생계가 위협받는 것은 물론 자칫 여성 차별이라는 비난까지 들을 수 있다.

 이러한 유족연금은 물론 국민연금 전반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0%에 불과해 ‘용돈연금’ 소리를 듣는다. 그나마 소득상한선이 421만원에 불과해 고소득자도 보험료를 적게 내고 그만큼 소액의 연금으로 노후를 버틸 수밖에 없는 비합리적인 구조다. 연금다운 연금이 되려면 지금보다 더 내고 더 받는 시스템으로 틀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비현실적으로 낮은 소득상한선도 끌어올려야 한다. 노후빈곤을 막으려면 정부는 가입자를 설득하면서 국민연금의 근본적인 개혁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