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신문 읽기 속에 길이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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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신문 읽기가 학업 성취도와 취업에 도움이 된다는 실증적 조사 결과가 나왔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2004년 당시 고교 3학년인 일반계 및 전문계 학생 4000명(현재 30세)을 대상으로 11년간 ‘신문· 독서 읽기와 학업 성취도 및 취업’ 조사를 실시해 왔다. 그 결과 신문을 구독하는 가정의 고교생들이 비구독 가구의 학생보다 수능 시험에서 과목별로 6~8점 높은 점수를 받았다. ‘300인 이상 대기업과 공기업·외국계 기업의 정규직’ 등 이른바 ‘좋은 직장’의 취업률도 고교 시절 신문 구독 가구 학생이 32.2%로, 비구독 가구 학생(26.5%)보다 5.7포인트 높았다. 월평균 임금도 신문 구독 가구 학생이 10만원 많았다. 또 교양·문학 서적을 많이 읽은 학생의 수능 점수가 높았고, 독서량이 같을 때는 신문 구독 가구 학생의 수능 점수가 높았다.

 이번 조사는 신문 등 활자매체 구독이 학력과 취업 등 사회적 성취에 미치는 영향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표피적 정보가 남발되며 특히 영상매체가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시대지만 활자매체의 힘이 여전히 강력함을 입증한 것이다. 독서와 사고력의 일반적인 관계에 더해, 다양한 분야의 정보와 지식을 압축한 신문 매체가 지식 습득 및 지적 훈련의 효율적 수단이라는 것도 보여줬다.

 최근 일본 문부과학성과 일본신문협회가 초·중학생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 학력·학습 현황 조사’에서 신문을 읽는 학생과 읽지 않는 학생의 성적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미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신문 읽는 시간이 길수록 성적이 높고 SNS에 집중하는 시간이 길수록 성적이 낮게 나타났다. 또 이번 조사에서는 부모의 소득이 낮아도 신문을 구독하는 가구의 학생이, 부모 소득은 조금 높아도 신문을 구독하지 않는 가구 학생보다 수능 점수가 높게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자녀의 학업 성취도를 결정하는 데 부모의 소득이나 학력 같은 알려진 요소 외에 신문 읽기가 유의미한 변수라는 것이다.

 독서가 사고력과 창조력의 원천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비록 신문 산업이 다른 매체의 도전을 받고 있지만 신문 읽기의 중요성은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