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탁금 4조 은행들 '군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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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연간 4조원에 이르는 법원 공탁금을 놓고 은행들의 예치경쟁이 뜨겁다.

지난해 12월 현재 전국 법원에 예치된 공탁금은 3조8900억원. 공탁금은 돈을 갚아야 할 사람이 채권자를 찾지 못하거나 채권자가 돈 받는 것을 거절할 경우, 교통사고 발생 시 합의가 되지 않을 때 가해자가 합의금 명목으로 법원이 지정하는 은행에 맡기는 돈이다.

채권.채무관계가 복잡해지고 소송이 증가하면서 공탁금 규모는 해마다 커져 1995년 9000여억원이던 것이 2000년에 2조9700억원으로 늘었다. 2001년 3조6800억원, 2002년 3조8800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지난해 4월 역대 최고치인 4조 2657억원을 기록했다.

은행은 공탁금을 찾아가는 사람에게 연 2%의 이자만 지급하면 되는데 현재는 조흥은행이 전체 공탁금의 9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그 나머지를 제일은행.국민은행.농협 등 대형 금융기관과 광주.경남은행 등 일부 지방은행이 나눠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지방 은행들은 "해당 지역의 공탁금이 타지로 유출돼 지역산업 발전에 기여하지 못한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돈줄'에 목마른 대구은행 등 지방 은행들이 공탁금 예치은행으로 새로 지정받기 위해 이미 물밑 로비전을 벌이고 있다. 예치은행은 유치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거액의 자금을 손쉽게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법원행정처는 20일 대법원장의 자문기구인 '공탁금 관리위원회'를 만들어 첫 회의를 연다. 법원행정처 차장 등 법원 내부인사 6명과 재정경제부 관계자, 대학교수.공인회계사 등 외부인사 5명으로 구성되는 위원회는 공탁금 예치은행의 선정기준 등을 정하고 적격 여부를 심사한다. 대법원장은 위원회의 심사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안에 예치은행을 새로 지정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공탁금 예치은행의 취소사유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은행 신용도와 국민에 대한 서비스를 주요 평가항목으로 삼아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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