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게알젓 등 최고급 초밥 즐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야자상어날개탕(야자열매 속을 파고 상어지느러미 수프로 채운 것).코야(새끼돼지 통구이).자라찜.염소고기 샤슬리크(러시아식 바비큐).물고기 용정차(중국산 고급 녹차)풍 철판구이.라클레트(프랑스산 치즈를 가지와 감자 위에 얹은 것)…생소한 이름의 이 요리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즐기는 진미(珍味)들이다.

그중 야자상어날개탕은 중국.러시아의 고위 인사들 정도만 대접받는 귀한 음식이다. 1994년 식량위기가 닥친 뒤에도 金위원장의 식탁엔 이런 산해진미가 20~30가지씩 올라왔다.

◆"요리는 모양이 으뜸"=金위원장은 "요리는 첫째가 모양, 둘째가 향기, 셋째가 맛"이라는 지론을 가진 미식가였다. 밥짓기 전엔 조리사와 웨이터가 쌀을 한톨씩 검사해 모양이 이상하거나 크기가 작은 것은 다 골라냈다. 언젠가 내가 초밥을 만들 때 실수로 설탕 10g을 더 집어넣었는데, "밥맛이 좀 이상하다"고 말할 정도로 '맛의 달인'이었다.

金위원장의 입맛은 '기름지고 진한 맛'이다. 그래서 중국 요리를 자주 찾았다. 특히 상어지느러미 요리를 좋아해 일주일에 세번씩 올린 적도 있다. 초밥도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 먹었는데, 참치 뱃살.방어.성게알젓을 얹은 기름진 초밥을 좋아했다. 매운 음식엔 손을 잘 안댔다.

◆"메기가 좋아"=金위원장은 광적인 메기 요리 팬이다. 내게 "일본 메기 요리를 보고 오라"고 해 도쿄 신오쿠보(新大久保)의 메기 요리집에 가서 요리 장면을 8㎜ 비디오로 찍어오기도 했다.

메기 20㎏을 얼음에 담아온 다음날 평양 8번 연회장 철판구이 코너에서 '메기 샤브샤브'를 선보였다. 金위원장은 "맛있다"를 연발했다. 뒤에도 요리사 4~5명을 신오쿠보 식당에 보내 배우게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