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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원자재 기업 돋보이는 인도 증시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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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호 35면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은 줄곧 중국의 경제성장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에 촉각을 세워왔다. 많은 투자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은 구매력(PPP) 기준으로 세계 3위의 단독 시장인 인도가 올해와 내년에 걸쳐 중국·미국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지금 인도의 금리는 매우 높은데 금리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있어 인플레이션이 화두가 되고 있다. 인도 중앙은행(RBI)은 인플레이션이 높은 상태에서 금리를 내리는 걸 주저해 왔다. 그런데 인도에선 인플레이션 여부에 대해 혼동이 있는 듯하다. 인도의 도매물가지수(WPI)를 보면 인도경제는 디플레이션에 들어간 것처럼 보인다. 올해 9월 지수가 -4.54%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CPI)는 +4.41%였다. 이런 통계상의 차이는 인플레이션 여부를 판단하거나 인플레이션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는 데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인도 정부 인사들과 일부 기업인들은 높은 금리에 대해 불만을 표시해 왔다. 하지만 라구람 라잔 RBI 총재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너무 빠르거나 과도한 금리 인하를 거부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RBI는 기준금리를 6.75%로 내렸다. 올해 들어 네 번째 금리인하다. RBI는 발표문에서 성장률 저하 위험과 8월 CPI가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로 떨어진 점을 인하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최소 수 개월 간 증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나는 RBI가 계속해서 금리 인하에 소극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RBI의 결정은 실제 인플레이션과 성장의 지속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2013년 이후 인도의 도·소매 물가가 모두 크게 떨어졌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WPI의 구성 요소는 CPI와 상당히 다르다. WPI는 연료와 철강 등 교역 가능한 재화에 집중돼 있다. 이들 상품의 가격은 세계 시장에서 크게 떨어졌다. 반면 CPI는 식품·주택·전기·의복 등 국제적으로 결정되는 가격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상품들로 구성돼 있다. 논란이 있지만 WPI와 CPI 모두 하강 추세를 보이는 것은 금리 인하를 바라는 사람들에겐 좋은 소식이다. 그리고 이런 소식은 인도 주식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외부 쇼크가 없다는 것을 전제로 말이다.


지난해 봄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새 정부가 들어선 뒤 다들 인도 경제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큰 희망을 가졌다. 인도 증시도 선거 직후 활황을 거듭했다. 생각 같아서는 모디 총리의 공약 전체가 당장 집행됐으면 좋겠지만 일부 공약 사항에 반대하는 야당을 설득하는 게 어려운 일이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모디 총리가 공약의 일부만 실행에 옮겨도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모디 총리는 9월 미국에 가서 오바마 대통령뿐 아니라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혁신기업들을 찾았다. 투자 유치와 함께 인도에서 생산하고 창업하라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캠페인도 했다. 지난해 시작한 이 캠페인은 다국적 기업을 인도로 불러들여 인도를 글로벌 제조업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자동차·부품·항공·화학·정보통신·의약품 등 25개 산업군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인도는 최근 큰 외국인 직접투자 몇 건을 성사시켰지만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제조업은 인도 국내총생산(GDP)의 16% 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세계 생산량의 고작 1.8%에 불과하다. 반면 중국의 제조업은 GDP의 34%이고, 세계 제조업 생산량의 13.7%나 된다. 제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선 인프라 투자가 절실하다. 인도는 이 분야에서 추가 투자를 적극적으로 해야 하고, 세제·노동 개혁도 차근차근 진행해야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매력있는 시장이 될 것이다.


인도의 제조업 발전에 긍정적인 신호는 바로 인도의 젊은 인구분포다. 평균 나이가 27세다. 중국의 36.8세, 미국의 37.8세에 비해 훨씬 젊다. 나는 인도 증시에서 원자재 및 수출 중심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려고 한다. 특히 인도 루피화의 약세가 지속되고 국제유가가 낮게 유지되면 득을 보게 될 종목들을 주시하고 있다.


지난 몇 달 간 신흥시장 증시는 선진국보다 실적이 좋지 않았다. 인도 증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머지않은 장래에 바뀔 것이라 본다. 첫째, 많은 투자가들이 신흥시장에서 빠져나오면서 신흥시장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 둘째, 신흥시장은 지난 10년 간 선진국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인도의 GDP 성장률은 올해 7.3%, 내년엔 7.5%로 전망된다. 올해 전망치는 예년보다 조금 부진한 편이다. 그러나 이것조차 다른 나라에 비하면 꽤 높다고 할 수 있다.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 이머징마켓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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