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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다 합친 것보다 더 괴로웠다” 힐러리 한마디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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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하원 벵가지 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힐러리는 11시간동안 이어진 청문회에서 “당파적 흠집내기를 그만하라”며 역공을 폈다. [AP=뉴시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22일(현지시간) 정치적 고비였던 의회의 ‘벵가지 사건 특별조사위원회’의 청문회에서 공화당의 공세를 막아내며 재점화된 대세론을 굳히고 있다. 벵가지 사건은 2012년 9월 리비아 벵가지의 미국 영사관이 습격당해 크리스토퍼 스티븐슨 리비아 주재 대사 등 4명이 살해당한 것으로, 당시 주무장관이던 클린턴 전 장관의 책임론이 계속돼 왔다.

3년 전 리비아 테러 ‘벵가지 청문회’
공화당 11시간 책임론 공세 무위로
WP “TV토론, 바이든 … 3연속 홈런”

 이날 트레디 가우디 특위 위원장 등 공화당 의원들은 11시간의 마라톤 청문회에서 클린턴 전 장관이 리비아 현지에서 경호 인력·장비를 요청받고도 묵살했다며 파상 공세를 펼쳤다. 클린턴 전 장관이 친구이자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특보를 지낸 시드니 블루멘털과는 e메일로 리비아 문제를 상의하면서도 막상 스티븐슨 대사와는 직접 연락하지 않았다고도 추궁했다.

 그러나 클린턴 전 장관은 “내가 e메일로 국정을 수행했던 게 아니다”고 공세를 일축했다. 계속되는 책임론엔 “여러분 모두를 합친 것 이상으로 나는 잠을 못 이뤘다”고 대응했다. 특위 내 민주당 의원들은 ‘클린턴 사수’에 나섰다. 민주당의 일라이자 커밍스 의원은 바로 옆에 앉아 있던 가우디 위원장을 향해 “당신이 블루멘털에게 (위원회의 조사 대상이 아닌) 클린턴재단 문제를 추궁했다”며 “클린턴 전 장관의 e메일도 공개하는데 블루멘털의 진술서도 공개하라”고 고함을 질렀다. 이에 가우디 위원장이 “왜 당신 혼자만 공개를 요구하나”라고 맞받으며 고성이 오갔다.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의 공세는 종일 재탕을 내놓으며 비켜가기만 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클린턴 전 장관이 청문회를 해명하는 자리로 활용했다”고 전했다. 공화당이 그간 벼르던 청문회에서 결정적 한 방을 내놓지 못하면서 클린턴 전 장관은 오히려 청문회를 단독 TV토론회로 활용했다. 지난 13일 민주당의 첫 TV토론의 승자를 차지한 뒤 조 바이든 부통령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청문회에서도 선방하며 클린턴 전 장관은 3타석의 정치적 홈런을 이어가고 있다. CNN은 “TV토론, 바이든 불출마, 청문회 선전으로 클린턴 전 장관의 당내 주자로서 입지는 넘볼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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