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종금 수사 중간발표] 아쉬움 남긴 '몸통' 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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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초 시작돼 76일 동안 진행된 나라종금 로비 의혹 재수사는 민주당 박주선.김홍일 의원 등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이 확정되면서 20일 사실상 마무리됐다.

수사 성과는 한광옥 민주당 최고위원이 금품을 받고 나라종금 관계자를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소개하는 등 나라종금을 둘러싼 정.관계 로비가 실제 있었다는 점을 밝혀낸 것이다. 정학모 전 대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 염동연 민주당 인사위원 역시 나라종금에서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구속되기도 했다.

검찰은 검사 출신인 박주선 의원이 돈을 받은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는데도 강도 높은 계좌추적을 통해 돈 세탁 혐의까지 밝혀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의지를 보였다.

또 계좌추적을 통해 나라종금의 대주주인 김호준 전 보성그룹 회장과 안상태 전 사장이 은닉해 놓은 1백70여억원 상당의 주식을 발견해 예금보험공사에 환수토록 통보 조치한 것은 공적자금 수사의 근본 취지에도 맞는 것이다.

그러나 재수사가 시작된 원인을 제공한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씨에 대한 수사는 핵심을 비켜간 채 종결되고 말았다.

검찰은 安씨에게 2억원을 제공한 김효근 전 닉스 대표에게서 "安씨가 盧대통령을 위해 일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는 진술을 확보했고, 安씨에게 1억9천만원을 제공한 아스텍창투의 대주주가 盧대통령의 허리 수술을 맡았던 이상호 우리들병원장인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검찰은 "盧대통령을 조사할 수 있는 단서나 관련 진술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특히 盧대통령이 지난달 말 기자회견에서 "생수사업을 위해 주변에 투자를 권유하기도 했다"고 밝혔음에도 "李원장을 조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게다가 安씨가 김효근씨 등에게서 받은 정치자금 3억9천만원의 용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이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나라종금에서 1억5천만원을 받은 김홍일 의원을 불구속 기소키로 한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그보다 더 작은 액수를 받은 한광옥 최고위원(1억1천만원)이나 이용근 전 금융감독 위원장(4천8백만원) 등이 모두 구속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차 수사 때 盧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염동연씨와 韓위원이나 朴의원에 대한 금품수수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당시 수사팀이 이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부분도 밝혀내야 할 숙제다.

검찰은 "당시 주임검사가 바뀌면서 인수인계가 제대로 안됐고 관련자들이 입을 다물고 있어 수사가 어려웠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외압 때문에 盧대통령의 측근이나 정권 실세들이 관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더구나 당시 수사팀 책임자는 "보성그룹 자금을 총괄하던 유은상 전 보성그룹 부사장이 해외로 도피해 수사를 할 수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지만 劉씨는 나라종금 퇴출 로비와는 관계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검찰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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