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4] 양의지의 의지가 두산을 구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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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28)의 의지가 벼량 끝에 몰렸던 두산을 구해냈다. 두산은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4차전에서 포수 양의지의 투혼과 선발투수 더스틴 니퍼트(34·미국)의 역투에 힘입어 NC를 7-0으로 대파했다. 2승2패가 된 양팀은 24일 오후 2시 창원 마산구장에서 5차전을 벌여 한국시리즈(KS) 진출팀을 가린다.

1차전을 이긴 뒤 2·3차전을 내준 두산은 무거운 분위기로 4차전을 준비했다. 전날 3차전에서 19안타를 몰아친 NC의 기세를 꺾기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두산 선수들은 조금씩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양의지가 5번·포수로 선발 라인업에 등장한 덕분이다. 양의지는 지난 19일 2차전 수비 때 파울 타구에 오른 발가락을 맞고 쓰러졌다. 엄지 발가락 미세 골절 검진을 받고 3차전에서 빠졌다. 그는 벤치에서 2-16 대패를 지켜봤다.

양의지는 4차전에 앞서 김태형 두산 감독에게 "꼭 뛰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김 감독은 선발출장 선수 명단 작성 직전까지 양의지의 출전을 두고 고민했으나 결국 그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1회 초 수비를 위해 캐처스박스로 향하는 그의 걸음은 상당히 불편해 보였다.

최고의 포수이자 중심타자인 양의지가 나타난 것만으로 두산은 전날보다 훨씬 강해 보였다. 양의지의 공배합과 수비를 절대 신뢰하는 니퍼트가 특히 힘을 얻었다. 니퍼트와 양의지는 1회 초 NC 선두타자 박민우를 직구 3개로 삼진 처리했다. 이어서도 공격적인 승부로 김종호를 우익수 뜬공, 나성범을 2루수 직선타로 잡아냈다. 뜨거웠던 NC의 방망이가 얼어붙자 두산 팬들이 내지르는 함성이 잠실구장을 가득 덮었다.

지난 18일 1차전에서 9이닝 완봉승을 거뒀던 니퍼트는 사흘만 쉬고도 이날 4차전에서 최고 시속 153km의 위력적인 공을 뿌렸다. 니퍼트의 투구수를 줄이기 위해 양의지는 유인구를 거의 요구하지 않고 빠른 템포로 상대 타자를 요리했다. 니퍼트가 7이닝 동안 2피안타·무실점하는 동안 투구수는 86개에 불과했다. PO 16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한 니퍼트는 1차전에 이어 4차전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NC 선발 에릭 해커(32)도 5회까지 무실점 피칭을 펼쳤다. 두산은 6회 말 민병헌의 2루타, 김현수의 볼넷, 양의지의 안타로 무사 만루를 만들었다. 이어 오재원이 NC 1루수 에릭 테임즈의 키를 원바운드로 넘는 2타점 적시타를 날렸고, 고영민이 3-0을 만드는 좌전 적시타를 쳐냈다. 두산은 7회 김현수의 적시 2루타로 1점, 8회 허경민과 민병헌의 연속 2루타로 3점을 추가했다.

9회까지 마스크를 쓴 양의지는 타석에서도 4타수 2안타를 기록하면서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그가 오른발을 절룩거리며 뛸 때마다 두산의 사기는 더욱 올라갔다. 양의지는 "니퍼트가 워낙 잘 던졌다. 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방법은 내가 공을 열심히 잡는 것뿐이었다"면서 "아픈 티 내지 않고 이를 악물었다. 다른 선수들이 잘해줘서 나도 편하게 뛰었다. 5차전에서도 뛰겠다"고 말했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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