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판 케네디 가문’ 트뤼도, 아버지 대 이어 총리 예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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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자유당 대표가 20일(현지시간) 퀘벡주 몬트리올 자유당사에서 총선 승리 소식을 듣고 아내 소피와 환호하고 있다. 고(故) 피에르 트뤼도 전 총리의 장남인 트뤼도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총리자리를 예약했다. [몬트리올 AP=뉴시스]

두 달 전 ‘캐나다의 케네디 가문’ 출신인 43세의 저스틴 트뤼도가 이끄는 캐나다 자유당은 지리멸렬했다. 전국 지지율은 25%에 그쳤다. 최근 100년간 65년을 집권하며 ‘중도 좌파’ 캐나다를 이끈 정당이란 사실이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집권 보수당과 신민주당이 30% 중반 지지율로 선두를 다퉜다.

뛰어난 언변·외모 앞세워
자유당 총선 압승 이끌어
아버지는 16년간 총리 지내
‘현대 캐나다의 아버지’ 불려

 2011년 총선에서 대패해 34석짜리 미니 정당으로 전락한 자유당은 2013년 ‘현대 캐나다의 아버지’인 고(故) 피에르 트뤼도 전 총리의 장남 트뤼도를 당 대표로 선출했다. 아버지의 후광을 업었지만 교사·번지점프코치·환경운동가를 거쳐 5년 전 연방 하원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한 그가 ‘골든 보이’가 될 거라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런 자유당을 트뤼도는 마법처럼 변신시켰다. 19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자유당은 전체 의석 338석 가운데 과반인 184석을 차지하며 압승했다. 자유당은 전통 강세 지역인 토론토·퀘벡 등 동부지역은 물론 전국에서 고르게 득표했다. 트뤼도는 조만간 총리로 취임한다. 보수당은 70석 줄어든 99석을, 제1야당 신민주당은 44석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더벅머리에 의원 재임 중 마리화나를 피웠다고 공개적으로 말할 만큼 자유분방했던 트뤼도는 선거 기간 극적으로 변신했다. 짧은 머리에 셔츠 소매를 걷어붙인 트뤼도는 훤칠한 키와 잘생긴 외모, 신중한 발언으로 유권자의 호감을 샀다.

 9년 반 동안 세 차례 연임에 성공했던 스티븐 하퍼 총리는 감세 정책으로 인한 양극화와 경제 침체, 가혹한 이민정책 등으로 인기를 잃었다. 지난달 터키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살 배기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 가족의 이민 신청을 캐나다가 거부한 사실이 알려진 것도 악재가 됐다. ‘진짜 변화(Real Change)’를 선거 구호로 앞세운 트뤼도는 지난달 지지율 1위로 올라서며 집권 가능성을 높였다.

 아버지 피에르 트뤼도 전 총리(1919~2000)는 1968~79년, 80~84년, 총 16년간 총리를 지내며 현대 캐나다의 기틀을 다졌다. 트뤼도는 아버지의 다문화주의·보편복지 등 유산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선거기간 부유층 증세와 재정 적자를 통한 사회기반시설 확충, 보수당이 만든 공공장소 니캅(얼굴을 가리는 이슬람 여성들의 외출복) 착용 금지 정책 철회 등 이민 정책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맥길대·브리티시컬럼비아대에서 문학·교육학을 전공한 트뤼도는 2005년 TV진행자 출신인 소피와 결혼해 2남1녀를 뒀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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