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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vs 공연] 가문의 복수 vs 망국의 복수 … 고전을 재해석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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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조씨고아’ ‘태풍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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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재해석한 연극이 잇달아 무대에 오른다.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왼쪽 사진)은 명동예술극장에서 11월 4~22일, ‘태풍기담’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24일~11월 8일 동안 한다. [사진 국립극단·안산문화재단]

고전을 재해석한 연극 무대가 막을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오랜 기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품만이 ‘고전’이라는 칭호를 들을 수 있다. 당시 사회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고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묵직한 주제를 던져준다. 이런 고전에 새로운 시각을 담는 일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최근 이 도전이 연극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김옥란 연극평론가는 “최근 고전에 새로운 시각을 담은 작품이 무대에 많이 오르고 있다. 이는 작가의 세계관과 시대상이 밀도 있게 압축된 고전에는 재해석을 견딜 수 있는 힘이 있고, 여기에 연극인들이 고전에 새로운 연극 문법을 만들고자 하는 욕구가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하 조씨고아)과 ‘태풍기담’이 이런 작품에 해당한다.

 조씨고아는 중국 4대 비극 중 하나인 기군상의 『조씨고아』가 원작이다. 기군상은 원나라 때 작가다. 사마천의 『사기』에 수록된 춘추시대의 역사적 사건을 다뤘다. 기원전 6세기 조씨 가문이 멸족당하는 재앙 속에서 마지막 핏줄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아들까지 희생하는 정영과, 그 마지막 핏줄 고아의 복수를 얘기하고 있다.

 태풍기담은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가 원작이다. 그러나 시대 배경은 원작과 전혀 다르다. 연극 무대는 1920년 남중국해의 어느 외딴 섬이다. 나폴리와 밀라노 간의 갈등이 아니라 한국과 일본의 불행한 역사를 그렸다. 나라를 잃고 피신해 온 조선 황제 이태황(정동환 분)이 표류된 사이다이지 공작에게 복수하려 한다는 이야기의 큰 구조는 원작과 비슷하다. 그러나 각 인물 간의 관계에는 변화가 있다.

 두 작품은 연출진도 눈여겨볼 만하다. 조씨고아는 고전 비틀기의 귀재라는 말을 듣는 고선웅이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그는 ‘칼로막베스’ ‘홍도’ ‘아리랑’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등을 무대에 올린 스타 연출가다.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유머 코드를 녹여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했다.

 고선웅 연출은 “시간과 공간을 간결하게 다룬 원작의 생략미가 참신하다고 느꼈다”며 “이번 무대는 복수의 허망함을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태풍기담은 한일 공동제작이다. 한일 연출진과 배우가 함께했다. 연출은 타다 준노스케가 맡았다. 그는 동아연극상을 받은 최초의 외국인이기도 하다. 극작은 연출가이기도 한 성기웅이 맡았다. 둘은 2008년에 교류하기 시작해 2013년에 이미 연극 ‘가모메’를 공동 창작하기도 했다.

 성기웅 작가는 “이번 연극은 일본의 억압과 침략, 시대의 흐름에 대처하지 못한 조선의 혼란, 그리고 이로 인한 비극을 다뤘다”며 “원작은 화해·용서를 담고 있지만 연극의 결말은 이와 다르다”고 말했다.

 조씨고아는 11월 4~22일 명동예술극장 1644-2003, 태풍기담은 24일~11월 8일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02-758-2150.

조한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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