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묘지 조화 싹쓸이 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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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산소에 놓아둔 조화(弔花)가 사라졌어요. 주변 묘에도 조화가 하나도 없습니다.”

지난 18일 오후 5시쯤 강원도 춘천의 한 공원묘지 관리사무소를 찾은 40대 여성은 “추석 명절을 맞아 부모님 산소에 가져다 놓은 조화가 오늘 와보니 없어졌다”며 조화가 사라진 이유에 대해 물었다.

신고를 받은 관리사무소직원은 경찰과 함께 묘역 1500기가 있는 6만6000㎡의 공원묘지를 둘러보며 사라진 조화는 없는지 조사했다. 평소 추석 명절 이후에는 이곳 묘역에는 500여개의 생화와 플라스틱 등으로 만든 조화가 놓인다. 이중 절반가량이 조화지만 이날 신고자가 신고한 묘역 주변에는 시든 생화만 있을 뿐 조화는 없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조화가 사라진 것은 처음이라 황당하다”며 “생화는 시들면 직원들이 처리하지만 조화는 절대 손을 대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라진 조화 숫자가 정확하지 않은 데다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은 상황이라 수사 착수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또 묘역 주변에는 폐쇄회로TV(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누가 조화를 가져갔는지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난달에도 전북 완주군의 공원묘지에서 수백 개의 조화가 사라진 적이 있다. 추석을 맞아 성묘객들이 갖다 놓은 것이었다. 당시는 CCTV가 있어 범인을 잡았다. 스리랑카인(34) 등 4명이었다. 이들은 추석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오후 9시쯤 580여 개 조화를 훔쳤다. 스리랑카인은 조화를 갖고 나가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스리랑카에서도 묘소 앞에 조화를 두는 풍습이 있어 가져다 팔려고 훔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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