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5세로 늘리려면 성과 중심 임금 개편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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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1955~63년생)의 맏형 격인 55년생(현재 60세)은 7년 전 53세 때부터 노동시장에서 퇴출됐다. 회사를 나오면 아이들 학비나 결혼비용 같은 목돈은 말할 것 없고 아파트 관리비 같은 생활비부터 쪼들린다. 연금이 절실하지만 국민연금은 61세가 돼야 나온다. 그동안 8년의 연금 크레바스(틈), 즉 연금 공백기에 빠진다.

정부 저출산·고령화 대책
‘오래 일하기’ 조건은 노동개혁
청년 일자리 뺏는다는 비판
주 2~4일로 근무시간 단축해
그만큼 청년 고용 늘려야

 현재 실질 은퇴 연령은 53~54세다. 내년부터 60세로 법제화된다. 그러면 연금 크레바스가 7, 8년에서 1년으로 줄어든다. 그런데 국민연금법에 따라 수령 개시 연령이 5년마다 1년 늦춰져 2033년 65세가 된다. 크레바스가 5년으로 다시 늘게 된다. 이런 크레바스는 고령자 빈곤과 극단적인 자살을 초래한다. 그래서 두 연령의 일치가 선진국 고령화 대책의 핵심이 됐다. 한국 은퇴자들은 연금 크레바스 때문에 최고 30% 깎아서 1~5년 당겨 받는 조기노령연금에 손을 대고 있다. 이렇게 손해를 감수한 사람이 2007년 12만4738명에서 올 8월 46만8791명으로 증가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65세 정년 연장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배경이다.

 100세 시대의 고령화 쓰나미를 이기려면 고령 인력을 최대한 노동시장에 오래 머물게 해야 한다.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기 때문에 숙련된 고령 인력을 활용하는 게 필수이고 이를 위해 정년 연장이 절실하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60세까지 정년을 연장해도 소득의 30%를 저축해야 80세까지 20년 먹고살 수 있는데 이게 쉽지 않기 때문에 65, 70세까지 일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 고령화 국가인 일본의 경우 후생연금(한국의 국민연금) 지급 연령과 정년 퇴직 연령이 65세로 같다.

 정년 연장의 전제는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노동시장 유연화 등의 노동개혁이다. 이상철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팀장은 “정년을 연장하면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임금 경직성이나 고용시장 유연성 부족 때문에 기업들이 부담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제3의 대안도 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 정년을 올리기만 해선 청년 일자리를 뺏는다는 비판을 받기 때문에 ‘점진적 퇴직’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 5일 하루 8시간 근무에서 61세에 주 4일, 62세엔 주 3일, 63세는 주 2일 근무하는 식으로 단축하되 줄어든 만큼 청년을 고용하는 ‘잡 셰어링(일자리 나눔)’을 하자는 것이다. 김동배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본처럼 60세 이후엔 같은 기업이 재고용하되 임금을 깎아야 한다”고 말했다.

 65세 정년 너무 이른 논의라는 비판도 강하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60세 정년이 서울의 남산을 넘는 것이라면 65세 정년으로 바꾸려면 백두산을 넘어야 한다”며 “방향이 맞을지는 모르지만 사회적 여건을 고려하지 않으면 속 빈 강정 같은 정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인 연령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리는 것도 살펴야 할 게 많다. 기초연금·노인장기요양보험 등 대부분의 복지 혜택이 65세로 돼 있다. 이를 2년마다 올리면 앞으로 20년 동안 126조원의 기초연금이 줄어든다(아산정책연구원 추계). 65~69세 노인 빈곤율이 30.6%에서 44.5%로 올라간다(협성대 김성욱 교수 분석).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정종훈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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