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의 예방과 치료는 진단에서 시작된다. 진단의 오류는 환자에게 치료 시기를 놓치게 하고, 잘못된 치료를 유도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 국가적으로 엄청난 의료비용 부담과 손실로 이어진다. 반대로 정확한 진단은 적절한 치료와 의료비 절감을 가능하게 한다. 지난 13일 한국로슈진단의 리차드 유 대표이사를 만나 진단의 가치와 미래에 대해 들었다. 로슈진단은 글로벌 진단시장 1위 기업으로, 유 대표는 올 4월 중국로슈진단 진단검사사업부 본부장에서 한국로슈진단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한국로슈진단은 지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때 진단키트를 기부하기도 했다.
리차드 유 ‘한국로슈진단’ 대표
- 부임하자마자 한국에서 메르스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사태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면.
- “국가가 지속가능하고 양질의 보건의료시스템을 유지하는 데는 진단시스템이 필수다. 의료진이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줘서다. 진단은 정확한 치료의 시작이다. 급성 심근경색 환자를 의사가 퇴원시켰는데 심근경색이었다면 환자는 사망할 것이고, 심근경색이 아니면 의료자원 낭비다. 우리는 환자가 병원에 오자마자 한 번, 한 시간 후 한 번 더 검사함으로써 심근경색 여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검사법을 개발했다. 정확한 진단은 국민의 삶의 질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 진단이 의료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중요한데.
- “점점 더 많은 국가가 진단에 투자하고 있다. 자궁경부암을 1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95%다. 하지만 3~4기에 발견하면 환자에게 훨씬 더 많은 치료비 부담과 고통을 안겨준다. 진단에 대한 투자를 1% 늘리면 전체 의료비용의 5%를 절감한다는 말이 있다. 진단에 투자하고 선별검사가 활성화되면 국민 건강수준은 높아지고, 의료비용은 낮출 수 있다.”
- 표적항암제 등 세계가 맞춤의료로 가는 추세다. 여기서 진단이 갖는 의미는.
- “새로운 표적항암제가 나와도 잘 맞는 환자를 찾아내 치료할 수 있어야 한다. 진단은 특정 치료제와 그에 맞는 환자를 찾아내고, 치료 결과를 높이면서 부작용은 낮추는 결과를 가져온다.”
- 미래 진단기술은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까.
- “차세대 진단은 기술로 승부한다. 지난해에 로슈는 미국의 ARIOSA라는 회사를 인수했다. 이 회사는 채혈만으로 태아의 다운증후군 유무를 판별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정확도는 99.5%다. 기존에는 채혈과 초음파검사를 한 후 위험도가 높은 산모에게는 양수검사까지 해야 했다. 긴 바늘로 양막에 찔러서 하는 검사다. 10명 중 1명꼴로 유산이 발생할 수 있을 만큼 위험성이 높았다. 이런 식으로 앞으로 더 발전할 것이다. 또 많은 사람의 유전자 정보를 확보함으로써 암 발생 위험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
- 진단과 관련해 독자에게 조언한다면.
- “진단의 중요성이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 혈당측정계를 쓰는 사람은 많지만 진단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보건의료 분야에서 진단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좀 더 많이 알리고 싶다. 모든 국민은 자신의 질환과 자신이 받는 검사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 진단에 대해 많이 아는 것이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길이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