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체중 쌍둥이가 '공부 우량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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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체중으로 태어났던 쌍둥이 형제가 미국 11개 명문대에 나란히 합격했다.

주인공은 봄 방학을 맞아 최근 일시 귀국한 안재우(19.전북 전주시 평화동).재연 형제. 이들은 최근 컬럼비아.코넬.다트머스.듀크.뉴욕대 등 내로라하는 11개 명문대학으로부터 동시에 입학허가를 받아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이들의 SAT(미국수능시험) 성적은 1600점 만점에 각각 1560점(재우)과 1510점(재연)으로 상위 1%에 속한다.

이들은 체중 1.4㎏과 1.9㎏의 미숙아로 태어나 수개월 동안 인큐베이터 안에서 위태롭게 보낼 정도였다.

고교 2학년 1학기를 마친 2002년 가을, 부부 교사였던 부모(현재 자영업)는 "허약하고 의존적인 아이들에게 진취적인 삶을 깨우치게 해주자"며 미국 유학을 보냈다.

동부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밸리포지 사관학교 10학년(한국의 고1에 해당)에 들어간 형제에게 미국 생활은 간단치 않았다.

"처음 3~4개월은 무슨 말인지 잘 알아 듣지도 못하고 어휘가 부족해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입이 떨어지지 않았어요. 게다가 미국 친구들로부터 은근히 무시당하니 '질 수 없다'는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형제는 말문을 트기 위해 룸메이트를 미국인 친구로 바꿔 틈만 나면 말을 붙이고 대화를 나눴다. 모르는 단어는 카드에 적어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외웠다.

미국 역사 등 어려운 과목은 귀찮아 할 정도로 교사들을 찾아다니며 묻고 또 물었다. 그래도 이해가 안되면 아예 통째로 암기했다.

오후 11시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규칙을 어기고 이불 속에서 플래시를 켠 채 책을 읽다 걸려 완전 군장을 하고 운동장을 돌기도 했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자 학교 측은 이들 형제에게는 오전 2~3시까지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 끝에 형 재우군은 3년 연속 수석을, 재연군은 차석을 차지했다.

형제는 축구.육상 종목에서도 번갈아 주장을 맡을 만큼 취미활동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동생 재연군은 어릴 때부터 배운 바이올린 연주로 자선공연을 하는 등 과외활동을 활발히 펼쳐 지난해 말에는 600여 명 재학생 중 최고의 모범생에게 주는'최고상'까지 받았다.

형제는 "흔들릴 때마다 '일류 대학에 들어가 세계 최고의 인재들과 겨뤄보고 싶다'는 분명한 목표를 서로 상기시키고 격려해 주면서 어려움을 극복해 냈다"며 "앞으로 생명공학을 전공해 암.에이즈 같은 난치병 완치에 한몫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재우.재연 형제의 생활 5계>

1. 구체적인 목표를 정한다.

2. 성공 모델을 정해 저서를 읽는다.

3. 스트레스를 떨치는 나만의 방법을 만든다.

4. 매일 스케쥴을 철저히 짜고 관리한다.

5. 목표를 마치기 전에는 잠자리에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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