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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팔, 죽었나 정말 살아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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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바른가정경제 실천을 위한 시민연대]

그야말로 설왕설래다. ‘4조원 다단계 사기범’이란 수식어가 붙은 조희팔씨의 사망 여부를 놓고서다. 경찰은 이미 2012년 5월 조희팔씨가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사망 시기는 2011년 12월이다. 중국 공안이 발급한 사망확인서와 유족이 갖고 있던 장례식 비디오 등이 근거다. 그럼에도 조희팔씨 생존설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때론 유력한 증언이 나온다. 그의 생사 여부에 관련된 상황과 주장을 정리해 본다.

①유족은 “사망”=“사망하지 않았다면 잡으러 나설텐데, 10년, 20년, 30년이 지나도 안 잡힌다. 사망했으니까.” 조씨의 조카인 Y씨(46)의 말이다. 그는 지난 15일 중앙일보와 간단한 전화로, 16일에는 직접 만나 약 두 시간에 걸쳐 인터뷰했다.

Y씨는 조씨가 중국으로 밀항할 때 함께 했고, 2010년 초부터 2011년 초까지 1년을 빼고는 줄곧 중국에서 함께 살았다. 그는 “삼촌 유골을 내 손으로 직접 들고 왔다”고 했다. 사망 당일의 상황은 이렇게 묘사했다. “스크린골프 치러 간다고 했는데 오후 9시쯤 조선족 운전기사에게 휴대전화가 왔다. 달려가보니 병원에서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다. 이미 맥박이 멈춘 상태였다. 어찌된 일인지 발이 시커맸다. 그 때 사망했다.”

인터뷰 때 그는 사망 사실을 믿지 않는 국내 분위기를 답답해 했다.

②곳곳에서 “살아 있다” 증언=이와 반대로 “살아 있다”“조희팔을 봤다”는 증언 또한 심심찮게 나온다. 조희팔씨의 대구 지역 재산관리인인 K씨(47)와 최근까지 같은 교도소에 복역하다 올 7월 출소한 C씨(37)가 그런 증언을 했다. “K씨가 올 초 ‘왕회장’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는데, K씨는 평소 조희팔씨를 왕회장이라고 불렀다”는 내용이다. 2011년 12월 사망했다면 올 초에 편지가 올 리 없다. 이 같은 증언은 조씨 사건 피해자 모임인 ‘바른가정경제 실천을 위한 시민연대(이하 바실련)’이 확보했다.

바실련에 따르면 이 말고도 “올 설에 조씨가 중국내 한 식당에 나타났다” “캄보디아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는 등 제보가 끊이지 않는다.

바실련은 경찰이 사망 근거로 삼은 장례식 동영상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한다. “결혼식도 아니고, 장례식 동영상을 찍는 유족이 어디 있느냐, 사망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위장 장례식을 치르면서 촬영했다”는 등의 주장이다.

③경찰은 사망에 무게=동영상에 대해 경찰은 나름 이렇게 설명한다. “조사 결과 동영상은 유족이 아니라 다단계 조직이 찍었다더라. 그걸 보고 조희팔의 아들이 ‘당신들 뭐하는 거냐’며 뺐었다. 유족들이 경찰에 비디오를 제출한 것도 아니다. 조희팔이 사망하고 5개월쯤 지나 ‘가족이 조희팔과 접촉한 것 같다’는 첩보를 받고 집을 압수수색했다. 그 때 사망확인서와 비디오가 나왔다.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너무 슬프다’는 딸의 일기도 있었다. 그 뒤 중국 현지 공안과 응급처치를 한 의사 등을 만나 사망을 확인하고 발표했다.”

하지만 사망 발표를 한 경찰은 조씨에 대한 수배를 거두지 않고 있다. 조씨 가족도 아직 사망 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강신명 경찰청장은 최근 기자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2012년 이후 현재까지 (조씨와 관련해) 생존 반응이라고 할 만한 구체적인 첩보 등이 전혀 없다. (살아 있다면) 누군가는 접촉을 하기 때문에 반드시 첩보 형태로 나온다. 하지만 중국으로부터 받은 첩보에 특별한 것이 없었다.”

이에 대해서도 “2011년말까지 조씨에 대해 제대로 된 첩보를 얻지 못했던 경찰이 그 후라고 첩보를 얻을 수 있었겠느냐”는 반론이 나온다.

④전직 경찰은 왜 중국에=경찰은 지난 16일 조씨 측으로부터 1억원 뇌물을 받은 혐의로 전직 경찰관 J씨(40)를 구속했다. 그는 중국 광저우(廣州)로 가려다 붙잡혔다. J씨는 조씨가 중국으로 도피한 뒤인 2009년 현지에서 조씨를 만나 골프와 술 접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J씨는 이번 말고도 중국 광저우 등지를 20여 회 방문했다. 조희팔씨를 만나려는 목적이 아니었는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이번에 인천공항에서 그를 붙잡은 경찰은 먼저 “조희팔 측을 만나러 간 것 아니냐”고 물었다. J씨는 “조희팔은 죽은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고 한다.

⑤열쇠는 강태용씨 손에=조씨의 오른팔 강태용(54)씨가 얼마 전 도피 7년 만에 중국에서 체포됐다. 이르면 다음주 중 국내 송환된다. 만일 조희팔씨가 살아 있고, 강씨가 위치를 경찰에 알려 조씨가 체포된다면 상황은 종료다. 하지만 “조희팔씨는 사망했다”고 강씨가 진술할 가능성도 있다. 정말 사망했을 수도 있고, 조씨를 보호하기 위해 하는 거짓말일 수도 있다.

확인할 길은 존재한다. 강씨는 국내에 있는 조씨의 숨은 자산과 그 관리인, 또 조씨가 중국에 있을 때 송금받은 계좌 등을 훤히 아는 인물이다. 이런 계좌 간 거래를 추적하면 조씨의 행방을 찾는 게 어느 정도 가능하다. 강씨는 그래서 ‘조희팔씨 생사’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젖힐 열쇠다.

김윤호ㆍ유성운ㆍ차상은ㆍ이유정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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