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오바마 공약 깨고 아프간 미군 철수연기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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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내년 말까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전원 철수하겠다던 게획을 바꿔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2017년 1월 이후도 5500명 규모의 부대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아프간의 치안은 아직도 매우 불안정한 상태이며 아프간(정부)의 치안부대는 아직 충분히 강하지 않다"며 "미군이 전쟁의 화마에 휩싸인 아프간에 몇 년 더 남아 있음으로써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정권은 지난해 5월 "아프간 정부군의 훈련과 테러 조직 소탕작전을 위해 약 9800명의 미군 주둔을 계속하지만 2016년까지 미 대사관 경호를 위한 일부 요원을 제외하곤 완전 철군할 것"이라 발표했었다.

이번 철군 연기 결정은 반정부 무장세력 탈레반이 최근 북부도시 쿤두즈를 한때 점령하는 등 세력을 급속도로 확대하고 있는데다 이슬람국가(IS)마저 기승을 부리면서 치안불안이 확대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오바마는 2008년 "조지 W 부시 정권이 시작한 이라크·아프간에서의 '두개의 전쟁'을 종결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이라크에선 2011년 한때 완전 철수했지만 IS가 세력을 확장함에 따라 지난해부터 다시 공습을 시작했고, 아프간에서도 철군을 연기하기로 함에 따라 오바마의 공약은 사실상 무산됐다.

이에 앞서 존 캠벨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은 지난 6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오바마 대통령에게 2016년 이후에도 미군 잔류가 필요하다는 건의를 공식으로 했다"며 "오바마 대통령도 극도로 취약한 아프간 현지의 안보상황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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