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보이 잡지 “더 이상 전신누드 안 싣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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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헤프너

미국의 대표적 성인잡지 ‘플레이보이(사진)’를 창간한 휴 헤프너(89)가 여성의 전신 누드사진을 더 이상 싣지 않기로 했다.

발행인 헤프너, 편집자 제안 수용
디지털 포르노 탓 … 한계 도달해
전성기 700만부 … 현재 80만부 발행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플레이보이’가 내년 3월부터 새로운 편집방향에 맞춘 잡지를 선보인다고 보도했다.

 ‘플레이보이’는 1953년 창간 이후 미국을 대표하는 성인잡지로 자리 잡았다. 당대 최고 섹스심벌이었던 메릴린 먼로가 표지모델로 나온 창간호는 미국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보수적이었던 50년대 노골적인 여성의 누드사진이 실린 대중잡지를 상상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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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레이보이’의 변신은 코리 존스 수석 편집자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존스 편집자는 지난달 헤프너의 저택인 ‘플레이보이 맨션’을 찾았다. 존스 편집자는 헤프너에게 잡지에 여성의 전신 누드사진을 더 이상 게재하지 말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잡지 발행인이자 편집장으로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헤프너는 주저 없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새 ‘플레이보이’는 내년 3월부터 발행된다. 도발적인 자세를 취한 여성모델이 여전히 등장하지만 전신누드는 싣지 않는다. 디지털 포르노그래피의 등장으로 섹스에 대한 미국인의 환상을 더 이상 충족시킬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일리노이주립대·노스웨스턴대에서 심리학·사회학을 전공한 헤프너는 주간지 ‘에스콰이어’에서 경력을 쌓은 뒤 ‘플레이보이’를 창간했다. 스스로 ‘성 혁명가’ ‘사회운동가’를 자처한 그는 은밀한 사생활의 영역에 있던 미국인의 성(性)을 공개담론으로 바꿨다. 여성 누드사진을 실었지만 노골적인 포르노 잡지와 달리 일정한 선을 지켰다. 30년간 아트디렉터로 활동한 아트 폴은 ‘플레이보이’만의 품위 있는 편집을 주도했다.

 유명인사들의 칼럼과 인터뷰, 진보적 사회평론은 물론 철학에서 문화에 이르는 다양한 읽을거리로 미국인들을 사로잡았다. 맬컴X와 마틴 루서 킹에서부터 소설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미 카터 전 대통령 같은 정치인까지 지면에 등장했다. 마돈나·샤론 스톤·나오미 캠벨 같은 스타들이 앞다퉈 표지를 장식했다. 보 타이를 맨 토끼 모양의 로고는 애플·나이키 등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힌다.

 전성기였던 70년대 700만 부에 달했던 발행부수는 현재 80만 부까지 떨어진 상태다. 새 ‘플레이보이’는 더 깨끗하고 현대적 스타일을 추구할 예정이다. 화보는 ‘PG-13’(부모 지도하에 13세 이상 관람가) 수준에 맞출 예정이며, 주 독자층은 도시의 젊은이들이 될 것이라고 잡지는 설명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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