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료 판치는 관광지|말뿐인 협정요금…2∼3배 받기일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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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경주 보문단지의 H식당 입구에 게시된 음식값(상)과 식당안에서 종업원들이 손님에게 내놓는 메뉴판(하)의 음식값이 갈비구이는 5천원, 불고기는 2천원이나 차이가 난다

<'86, '88을 위한 긴급동의 이것부터 고치자>
관광지의 택시·숙박업소·식당 등에 바가지 요금이 여전히 판을 친다.
낯선 관광객을「봉」,「신혼부부」등를「밥」이라고 부르면서 규정요금의 2∼3배까지 요구하는 운전사·숙박업자·식당주들의 몰지각은 모처럼의 관광여행길을 짜증나는「고행길」로 만들면서 코앞에 다가선 국제행사를 앞두고 나라망신의 소지가 큰 발등의 걱정거리가 돼 있다.
당국이「단속의 방망이」를 내리치면 고개를 움츠렸다가 다시 고개를 쳐드는 전자오락실의 땅두더지 같은 관광지의 바가지요금은 이제는 청산돼야할 우리 사회부조리의 하나.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그러나 더이상 고치기를 미룰수 없는 관광지 부당요금의 실태를 점검했다.

<택시요금>
20일 상오 경주여행길에 동해안 해돋이를 보기위해 불국사에서 석조암까지 택시를 탔던 문일명씨 (46·부산시 대연동)부부는 1천4백50원에 불과한 미터요금대신 1만8백원(왕복 통행료 8백원포함)의 전세료를 물어야했다.
문씨가『왜 전세요금을 받느냐』고 따지자 운전기사는『해돋이를 보는데 최소한 50분∼1시간씩 기다려야 하는데 대기료를 받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윽박질렀다. 운전기사의 주장대로 대기료를 계산한다면 대기미터기에 의한 1시간 대기요금은 1천8백원 여기에 주행료 1천4백50원과 관광도로통행료 4백원을 포함한다해도 3천6백50원 밖에 안된다. 결국 문씨는 7천1백50원의 바가지를 쓴셈이었다.
경주고속 버스터미널에서 불국사까지의 미터요금도 2천2백50원이지만「전세료는 3천원씩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경주시 송규영운수계장 (53) 은「전세요금은 협정요금으로 정한바 없고 손님들이 팁으로 주어 웃돈만 묵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대전에서 동학사까지 택시미터요금은 시외할증료 20%를 가산해서 3천6백원. 그러나 지난 5일 친구와 함께 갔던 김성렬(38·대전시 괴정동)는 5천원을 내야했다. 운전기사가 돌아갈 때 빈차로 가야한다』고 버텨 김씨는 요구하는 대로 지불했으나 하루종일 기분이 언짢았다
강릉∼설악산의 평소 택시요금은 1만7천원. 신정연휴 기간에는 3만원씩 받았고 신혼부부에게는 낙산사를 경유하는 조건으로 5만원씩 바가지를 씌우기까지 했다.

<숙박료>
지난 주말 설악산을 찾은 장한수씨 (37·서울 상도3동 279)는 방을 잡아주는「방잽이」에게 5천원을 주고 가족3명이 가까스로 여관방을 얻었다. 여관주인이 방값으로 협정요금(1만l천원)의 2배가 넘는 3만원을 요구 장씨가 너무 비싸다」고 따지자 주인이『방이 모자란다. 싫으면 방을 비워달라』고 배짱을 부려 할 수 없이 내야했다.
지난 13일 신혼여행으로 경주 S여관에 투숙했던 신동욱(28) 부부는『여관종업원이 밤·대추·엿 등을 담은 야물상 한 접시를 갖다주어 서비스인줄 알고 고맙다는 인사까지 했는데 나중에 계산할 때 보니 숙박요금에 1만원을 더 얹어 받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음식값>
경주 보문관광 단지 H식당 입구에는『로스구이정식 4천원』『불고기정식 3천원』『갈비탕 2천5백원 이라고 쓴 음식요금 안내판이 걸려있다. 이 요금은 봉사료 및 세금을 각각 10%씩 가산한 것이다. 그러나 식당안에서 종업원이 제시하는 메뉴엔 로스구이와 불고기정식 5천원, 갈비탕 3천원으로 5백∼2천원이나 비싸게 매겨져 있다. 식당입구 안내판의 가격은 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한 전시용에 불과했다.
관광객 이승욱씨 (23·대구시 봉덕동)등 2명은『식당입구의 안내판을 보고 갈비탕 2인분에 맥주1병을 마셨는데 9천6백원을 요구해 식당주인과 한바탕 실랑이를 벌였다.』고 말했다
제주도의 명산인 옥돔은 제주시내 식당에서는 kg당 6천원이면 맛볼 수 있다. 그러나 서귀포일대의 관광지에서는 kg당 1만8천원씩으로 시중보다 3배이상 비싼 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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