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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광년 떨어진 ‘또 다른 지구’엔 외계인 흔적 있을까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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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된 1957년 10월 4일 이후, 인류의 시선은 본격적으로 지구 밖 세상으로 향합니다.

[커버스토리] 외계 생명을 찾는 모험

1969년에는 우주인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 표면에 발자국을 남겼고, 1976년 바이킹 1호는 화성에 착륙합니다. 지금도 탐사로봇 큐리오시티가 화성 표면의 사진을 지구에 실시간으로 전하고 있죠. 이처럼 태양계엔 ‘지구 소속’ 문명인 인류가 남긴 흔적들이 적잖게 있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아직 외계 문명의 흔적을 찾진 못했습니다. 대신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행성들을 발견했습니다. 화성과 목성의 위성 유로파, ‘지구 2.0 행성’이라 불리는 케플러-452b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글=김록환 기자·이연경 인턴기자 rokany@joongang.co.kr, 사진=NASA·이태형 충남대 천문우주학과 교수 제공

지금 과학계는 화성·목성 생명체 흔적 찾기 중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는 행성의 조건엔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액체 상태인 물의 존재 여부입니다. 원시 지구의 생명체 역시 바닷물 속에서 일어난 여러 화학 작용으로 처음 생겨났죠. 물이 수증기·얼음이 아닌 액체 상태로 존재하기 위해선 온도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행성이 태양과 같은 항성(스스로 빛을 내는 별)으로부터 적당한 거리에 있어야 하죠. 또 온도를 적당하게 유지할 대기 환경도 조성돼 있어야 합니다. 적정한 온도, 대기 환경 등 생명체가 거주하기 적합한 환경을 가진 우주공간을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habitable zone)’ 혹은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이라고 합니다. 이는 골디락스란 이름의 소녀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수프만 맛있게 먹었다는 영국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에서 따온 말입니다.

태양계에서 거리만 놓고 봤을 때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에 속하는 행성은 금성·지구·화성입니다. 그중 생명체가 살기 적당하다고 판명된 건 지구뿐이죠. 금성만 봐도 두꺼운 이산화탄소 층이 일으킨 온실효과 탓에 표면 온도가 평균 460℃에 달합니다. 하지만 화성엔 기대를 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달 25일 NASA(미국항공우주국)의 화성탐사로봇 큐리오시티가 액체 상태의 물을 발견했거든요. 실제로 화성의 평균 기온은 영하 60℃ 정도로 남극의 겨울과 비슷합니다. 또 큰 강의 흔적, 토양이 물에 의해 수백만~수천만 년에 걸쳐 퇴적돼 만든 지질 구조도 있죠.

목성의 위성 ‘유로파’도 제2의 지구 후보입니다. 허블 우주 망원경과 보이저·갈릴레오 우주탐사선 등 목성을 통과한 탐사선들이 유로파에서 솟구쳐 오르는 물기둥을 발견했기 때문이죠.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 밖에 있고, 표면은 얼음으로 뒤덮인 유로파에 어떻게 액체 상태의 물이 생겼을까요? 과학자들은 유로파 내부에 축적된 열과 목성으로부터 작용하는 강력한 중력 등이 두꺼운 얼음층을 녹였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NASA는 2020년 중반쯤 생명 탐사 로봇을 유로파에 보낼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조만간 유로파에 실제로 바다가 있는지, 생명체가 발견될 확률이 큰 간헐천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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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탐사로봇 오퍼튜니티가 찍은 화성 표면의 물 흐른 흔적.

 
우주 망원경이 찾아낸 ‘지구 2.0’ 케플러-452b

‘케플러 프로젝트’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요? 태양계 밖에서 지구 환경과 비슷한 조건을 가진 행성을 찾아내는 NASA의 프로젝트입니다. 지구·화성처럼 항성 주변을 돌면서 항성과 적당한 거리에 위치한,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에 있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별을 찾는 겁니다. 2009년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NASA는 올해 ‘지구 2.0’ 행성 케플러-452b를 발견했습니다. 이름부터 설명하자면 케플러-452b란 항성인 케플러-452에서 두 번째로 가까운 행성이란 뜻입니다. 케플러-452b의 모항성인 케플러-452의 표면 온도는 섭씨 5580도인 태양과 비슷해요. 이런 조건이면 케플러-452b의 온도는 지구처럼 적당할 것이고 그렇기에 물이 존재할 가능성도 큽니다.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가능성 역시 커지겠죠.

케플러-452b를 발견한 것은 ‘케플러 우주 망원경’이란 첨단 장비를 이용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우주 망원경이란 인공위성처럼 우주를 떠다니며 가시광선·자외선 등의 빛을 관측하는 망원경을 말합니다. 케플러-452b의 존재 역시 우주 망원경이 포착해낸 케플러-452의 밝기 변화로 알아냈죠. 행성이 별 근처를 지나며 별빛을 가리면 우주 망원경 속에 들어오는 별빛의 세기도 자연히 줄어듭니다. 이를 반복해 관측할 때마다 비슷한 데이터가 나오면 과학자들은 별 근처에 미지의 행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드레이크 방정식으로 외계 문명의 수 구해

어쨌거나 지금까지의 사실은 ‘인류는 외계인의 흔적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외계인의 존재 가능성을 추론으로 설명하고 있죠. 그중 하나가 ‘드레이크 방정식’입니다. 외계 지적 생명체탐사연구소(SETI,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의 소장 프랭크 드레이크 박사가 고안한 것으로, 우리 은하 내에 존재하며 인류와 교신할 정도로 발달한 문명을 가진 외계지적생명체의 수를 계산하는 방정식입니다.

이를 수식으로 쓰면 N=R*·fp·ne·fl·fi·fc·L으로 표기됩니다. 여기서 N은 드레이크 방정식의 해로 우리와 교신이 가능한 문명의 수입니다. R*은 우리 은하 안에서 일 년에 태어나는 항성의 수, fp는 항성들이 행성을 갖고 있을 확률입니다. ne는 항성에 속한 행성들 중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의 수이며 fl은 생명체가 태어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행성에서 실제로 생명체가 탄생할 확률입니다. fi는 생명체가 지적 문명으로 진화할 확률이며 fc는 지적 생명이 다른 별과 통신할 기술을 가질 확률입니다. L은 통신기술이 있는 지적 문명이 생존할 수 있는 기간입니다. 각각의 확률을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기에 해답도 없습니다. 다만, 드레이크 박사는 이 식에 10×0.5×2×1×0.01×0.01×1만 년을 대입해 외계 지적 문명의 수를 약 1만 개로 추정했습니다.

이태형 충남대 천문우주학과 교수 인터뷰
웜홀 통과해 우주 저편 가는 것
아직까진 영화 속 이야기죠

50여 년에 불과한 우주과학의 역사 동안 발견한 유사 지구 후보들만 해도 수십 개에 달합니다. 하지만 가장 유력하다는 케플러-452b도 지구와 1400광년이나 떨어져 있어요. 지구-화성 간 거리가 5000만~1억㎞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멀죠. 그렇다면 어떻게 그 행성들에 갈 수 있을까요? 또 수천 광년 떨어진 행성의 외계인들은 어떻게 지구에 올까요? 이태형 충남대 천문우주학과 교수의 설명을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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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빛을 띄는 화성의 토양. 화성 대기 중에 있던 산소와 철이 결합해
만들어진 산화철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멀리 떨어진 행성에 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초고속 우주선을 만들면 됩니다. 우주는 진공의 공간이라 움직이는 물체에 마찰이 작용하지 않죠. 때문에 이론적으로 속도를 빛의 속도 가까이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가능하게 하려면 엄청나게 강력한 우주선 연료를 개발해야 합니다. 지난달 24일 명왕성에 접근한 ‘뉴호라이즌스호’는 핵분열 에너지를 쓸 수 있는 플루토늄 핵전지로 운항했습니다. 그러나 이 전지도 선체 속도를 충분히 추진할 수 있을 정도의 에너지를 생산하진 못했죠.“

―우주선의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을까요. “거대한 우주 전함도 방법입니다. 인류가 몇 대에 걸쳐 거주할 수 있을 만큼 큰 우주 전함을 개발해 외계 행성에 도달할 때까지 기약 없는 여행을 떠나는 겁니다. 생명공학기술을 활용해 전함 안에서 인간을 복제할 수도 있겠죠. 그 전에 전함 내에서 식량·공기 등을 구할 방법을 생각해야겠지만요.”

―‘웜홀’을 통과하면 눈 깜짝할 새 다른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데요. “웜홀은 서로 다른 공간에 존재하는 블랙홀과 블랙홀 사이의 공간입니다.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아인슈타인은 중력을 시공간의 휘어짐 정도라고 정의했어요.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시간·공간이 중력에 의해 휘어질 수 있단 거죠. 그리고 블랙홀은 엄청난 크기의 중력이 작용하는 공간입니다. 두 개의 블랙홀에 의해 휘어진 두 공간이 만나면 웜홀이 생기죠. 우주선이 블랙홀에 들어간 후 웜홀을 통과해 다른 블랙홀로 빠져나오면 금세 다른 공간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이론상으로만 가능해요. 웜홀의 실체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죠. 또 거대 중력이 작용하는 곳에서 일그러지지 않을 수 있는 물질은 아주 작은 소립자들뿐입니다. 인간이나 우주선이 블랙홀을 멀쩡히 통과한 후 다른 세계를 여행하는 것은 아직까진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우주여행 시대를 준비하며 우리가 준비할 것은 무엇일까요. “역설적인 얘기지만 지구의 소중함을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류에게 딱 맞는 온도·중력·대기 환경을 가진 행성은 우주 어딜 찾아봐도 지구가 거의 유일합니다. 사실 제2의 지구로 떠오르는 화성엔 지구와 같은 행성 자기장이 없습니다. 자기장은 태양으로부터 오는 방사선 물질을 막아내는 역할을 합니다. 화성엔 자기장이 없어 방사능 오염이 심각한 상태죠. 앞선 논의만 봐도 지구 밖을 빠져 나와 다른 행성을 가는 일엔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매우 많습니다. 외계 행성을 찾는 일보단 지구를 지키는 일에 더욱 머리를 맞댈 때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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