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리송한 ‘40억 뷰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뉴스위크]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들이 높은 ‘클릭’ 수를 자랑하지만 통일된 기준 없어 혼란에 부채질해

올해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가 1억300만 뷰에 달하는 신기록을 수립했다. 그렇다면 지난 8월 30일 1억 명 이상이 TV로 마일리 사이러스를 비롯한 십대 스타들이 노래 부르는 모습을 지켜봤다는 뜻인가? 아니다.

MTV의 모기업 바이어컴이 퍼뜨린 그 통계는 TV 시청률, 온라인 동영상 재생 수, 소셜미디어 공유 수를 편의에 따라 적당히 혼합한 수치다. 그러나 일각에서 알아차리지 못하는 점이 있다. ‘뷰(views)’의 공통분모가 일정하지 않다는 점이다. 아예 비슷하지도 않다. 소셜네트워크들이 휴대전화에서의 막대한 ‘뷰’ 수를 자랑하기 시작함에 따라 상황은 앞으로 더 악화일로를 걸을 전망이다.

예컨대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는 지난 4월 회사 실적을 발표하는 전화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동영상에서도 상당한 발전을 이루고 있다. 이번 분기 하루 비디오 뷰 면에서 40억 회를 돌파해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스냅챗 모바일 메신저도 최근 하루 40억 건의 목표에 도달했다.

엄청난 숫자다. 하지만 그건 어떤 의미일까? 페이스북 ‘뉴스 피드’의 동영상들은 자동 재생된다. 하지만 3초 동안 재생됐을 때만 ‘뷰’로 잡힌다. 스냅챗은 스마트폰에 이미지 픽셀이 스쳐 지나가는 밀리세컨드(1000분의 1초)를 기준으로 삼는다. 어쩌면 메시지가 바로 삭제되는 특성과 어울리는 방식인지도 모르겠다. 디지털 동영상에 대한 통일된 기준이 없어 광고업계뿐 아니라 온라인 트렌드세터들(influencers)도 불만이 많다.

“그들이 뷰를 어떻게 정의하든 상관없다. 내가 알고자 하는 문제는 채널의 규모”라고 글로벌 광고대기업 WPP 산하 사업부 그룹M의 글로벌 최고디지털책임자(CDO) 롭 노먼이 말했다. “40억 뷰를 기록했다면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다. 규모 파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뷰’를 강조할까? 실리콘밸리는 미국 광고주들이 매년 TV에 안겨주는 700억 달러에 눈독을 들인다. 그래서 디지털 동영상 광고 시장의 파이를 어떻게든 더 키우려고 한다. 리서치 업체 e마케터가 예측한 그 시장의 올해 규모는 77억7000만 달러다. 스마트폰의 동영상이 자동 재생되면서 그 수치가 실제로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뉴미디어가 TV 광고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싶다면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광고주와 마케팅 관계자들은 말한다.

척도로서 ‘뷰’의 개념은 온라인 동영상의 초창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근 10년 전 유튜브가 ‘뷰’를 내세우기 시작했을 때다. 그러나 ‘뷰’ 자체는 광고업계에 이렇다 할 의미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2~3초 동영상으로는 고급 동영상 광고로 제작된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3년 전 유튜브 네트워크는 광고 홍보에서 ‘뷰’를 빼고 ‘시청시간(watch time)’으로 교체했다. 동영상을 연속으로 몇 분간 봤느냐를 나타내는 지표다. 지금은 유튜브가 내세우는 성장 척도가 됐다. ‘뷰’는 쓸모없어졌다. “모바일 단말기에선 평균 시청시간이 지금은 40분을 웃돈다. 전년 대비 50% 이상 늘었다”고 구글의 최고영업 책임자(chief business officer) 오미드 코데스타니가 지난 7월 말했다.

바트 베이커 같은 콘텐트 제작자도 이 같은 혼란의 영향을 받는다. 뮤직비디오 패러디로 유명해진 유튜브 스타다. “내가 유튜브에서 처음 패러디를 시작할 당시엔 ‘뷰’라고 하면 누군가 자리에 앉아서 처음 재생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알았다”고 그가 말했다. 베이커는 유튜브에서의 총 뷰 수가 20억 회에 육박했다. 하지만 그게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른다고 털어놓았다. 구글 자회사인 유튜브는 그 용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공식적으로 정의한 적이 없다.

‘뷰’는 광고주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도 하지 않을(또는 같은 맥락에서 이용자를 짜증 나게 또는 안 나게 할) 수도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뷰’를 강조하면서 TV 척도가 정확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가 TV에 신뢰를 갖는 데는 한 가지 큰 이유가 있다. 대체로 동시에 시청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반면 인터넷에선 띄엄띄엄 시청이 이뤄진다. 따라서 온라인의 경우엔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마케팅 대행사 디프 포커스의 CEO 이언 섀퍼가 말했다.

실제로 일부 광고주들은 이들 네트워크에 데이터를 제공해 달라고 간청한다. 노먼 CDO는 “하루 10억 명이 페이스북을 이용한다고 저커버그 CEO가 말한다면 분명 놀라운 숫자지만 그 10억이란 숫자를 더 깊숙이 살펴본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뷰’에 아무 가치가 없다거나 비논리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특히 스냅챗이 대표적이다. 콘텐트가 몇 초 분량에 불과하고 사용자가 스크린 터치로 재생하기 때문에 TV 시청과는 다르다.

“스냅챗은 브랜드들이 가능성을 탐구해 볼 수 있는 새로운 기회다. 당장은 어떤 척도든 손에 잡히는 대로 디딤돌 삼아 브랜드의 광고 효과가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고 연예 기획사 ‘26 엔터테인먼트’의 CEO 앨런 스피겔이 말했다.

글로벌 미디어 대행사 네오@오길비는 고객사 퀄컴을 설득해 스냅챗 디스커버(Snapchat Discover) 내에 동영상 광고를 싣도록 했다. 디스커버는 그 앱의 미디어 파트너 네트워크다. 지난 9월 초 모바일 기술 업체 퀄컴은 매셔블(디지털 미디어) 채널에 4건의 광고를 실었다. “단순히 스냅챗에 올리려고 광고를 싣지 않았다. 채널의 출범일에 맞춰 광고를 내보내고자 했다”고 네오@오길비 LA의 그룹 기획 팀장 마이클 브럭스타인이 말했다.

뷰 수가 무려 700만 회에 달했다고 브럭스타인 팀장이 말했다. 그는 또한 스냅챗으로부터 순 조회수와 완료율(completion rates) 통계도 받았다. 그와 브랜드 측 모두 통계 자료에 “만족했다”고 평했다. 같은 광고를 유튜브에도 올려 메시지가 잘 전달되지 않는 경우(drop-off)도 있었다. 하지만 브럭스타인 팀장은 스냅챗의 잠재력을 믿었다고 말했다. “이들 네트워크는 똑같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창의성 면에서 정말로 강렬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 콘텐트 제작자와 광고자들로선 적은 자원으로 많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벅찬 일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미디어 환경을 이해하는 측면에서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노먼 CDO는 지난 9월 초 비즈니스 소셜네트워크 링크드인에 올린 글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디지털 미디어의 위력에 더 큰 믿음을 가지려면 확인해야 할 데이터가 몇 가지 더 있다. 이용자 인구통계의 더 많은 세부 자료, 핵심 이용자와 일반 이용자의 시청 분포곡선, 동영상 시청 시간, 일·월 순시청자 수 등이다. “나는 매체들을 돈이 아니라 척도에 따라 배열하려 노력한다”고 노먼 CDO가 말했다.

광고주들이 충분히 많은 압력을 가하면 용어가 바뀔 수 있다고 섀퍼 CEO가 말했다. 그리고 실제로 어느 면에서는 이미 바뀌었다. 지난 6월 페이스북은 광고공간 구매 옵션을 쇄신했다. 광고주들이 1000 임프레션 당 또는 뷰 당 단가(10초 기준) 기준으로 광고료를 낼 수 있도록 했다(impression은 ‘실제로 시청된 동영상’을 가리키는 전문용어다). 섀퍼 CEO는 ‘뷰’라는 척도가 앞으로 ‘뷰 인터벌(view interval)’로 대체되리라고 내다본다.

- 케리 플린 아이비타임스 기자 / 번역 차진우

기사 이미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