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일부 신당추진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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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발 정계 개편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한나라당 내에서 진보 성향 의원들의 탈당설은 대선 배패 이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수도권의 일부 의원은 "점점 수구화하는 당에서 희망이 안 보인다"는 소리를 공.사석에서 공공연히 해왔다. 이런 마당에 여권 내부의 신당 논의가 본격화하자 이들 의원을 중심으로 한 탈당 논의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흐름은 두 갈래였다.

하나는 여권의 신당에 곧바로 합류하자는 논의다. 18일 탈당설에 불을 댕긴 김부겸(金富謙)의원이 대표적이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의원은 "金의원에게서 며칠 전 탈당하겠다는 뜻을 전달받았다"면서 "金의원은 여권쪽 신주류 인사들과도 어느 정도 의견 조율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金의원의 경우 신당 후보로 내년 총선 때 영남에서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

반면 탈당파 의원들 사이에선 제3의 정치세력을 형성해 세를 규합한 뒤 여권 내 신당 논의를 봐가며 큰 틀의 헤쳐 모여를 하자는 의견도 많다.

이들은 단계적 탈당파로 불리는데 이들 중 한 의원은 이날 기자와 만나 "여권에 바로 합류하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일단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제3의 정치세력을 형성한 후 헤쳐 모여식으로 큰 틀에서 합류하자는 의견이 다수"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당 합류파든 단계적 탈당파든 그동안의 고민은 언제.어떤 방식으로 탈당을 결행하느냐였다.

한나라당은 지금 새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를 준비 중이다. 때문에 수차례 모임 끝에 이들은 결행 시기를 26일 전당대회 이후로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탈당하는 마당에 잔치 분위기에 재를 뿌리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한다.

한나라당 진보 성향 의원들의 탈당 움직임과 별개로 정치권 밖 제3 정당 창당의 물밑 논의가 활발하다.

지난달 31일 한나라당 진보 성향 의원 5명과 과거 꼬마 민주당과 통추 출신 인사 50여명은 경기도 남양주에서 1박2일 MT를 하며 신당 논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참석자는 한나라당의 이부영(李富榮).김홍신(金洪信).김부겸.안영근(安泳根).서상섭(徐相燮)의원과 이철(李哲).장기욱(張基旭) 전 의원 등이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민주당의 신당 논의와 별개로 3金정치를 종식시키고, 지역구도를 타파한 전국정당을 만들자는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남양주 모임은 현역 의원들이 옵서버 형태로 참석했으며, 주로 정치권 밖의 386 인사들과 시민단체 인사들이 망라된 모임이었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정계 개편 흐름은 그동안 여권 내부의 신당 논의가 주된 줄기였다. 그러나 여권의 신당 논의가 주춤하면서 오히려 한나라당과 정치권 밖의 새판짜기 흐름이 속도를 받고 있다.

◆ 한나라당 탈당파 의원들의 18일 밤 기자에게 밝힌 본인의 공식 입장

▶이우재(李佑宰)의원=지역에서 새 정치를 하라는 요구가 많다. 새 정치세력을 끌어모으자는 데 동의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프로그램이 준비되지 않은 단계며, 한나라당 전당대회 후 소외세력들의 불만이 커질 경우 신중히 생각할 것이다.

▶김부겸 의원=탈당하거나 정치적 행위는 전당대회 이후 밝히겠다. 움직이게 되면 혼자가 되지 않을 것이다.

▶김홍신 의원=(탈당 등의) 논의 수준을 설명하기 어렵다. 각자 생각하고 처한 위치나 환경이 다 다르다.

▶서상섭 의원=나는 신당주의자다. 하지만 나혼자 나서서 되느냐. 고민이다. 많은 사람이 원론적 고민을 하면서 가능성을 물색하는 게 사실이다. 민주당 신당이 지지부진해 고민이 많다. 몇 사람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신당엔 관심없다. 전당대회도 보고 민주당도 봐야 한다. 현재 정보교환 차원이지 행동을 함께할 차원은 아직 아니다.

▶안영근 의원=몇 명만 한다고 한계가 극복될 전망이 없다고 봐서 멈춰 있다. 새 대표가 이상하게 되면 그때가서 생각할 것이다.

▶김영춘(金榮春)의원=탈당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한나라당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 남아 있다면 재선하기 위한 것이다. 굴욕을 참고 재선이 될 것이냐, 국회의원이 안되더라도 뜻을 펼칠 것이냐를 놓고 고민 중이다. 지난 2월부터 백지상태에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한다면 민주당 신주류와 당을 하는 것인데 그러나 접촉은 없었다.

박승희.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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