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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쑥 스트레스 싹 … 강진 농촌체험 ‘푸소’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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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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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푸소’에 참가한 학생들이 밭에서 마늘 캐기 체험을 하고 있다. 지난달 시작한 농박 프로그램에는 다음달까지 970명이 참가를 신청했다. [사진 강진군]

지난 3일 전남 강진군 칠량면 벽송마을의 한옥주택. 주인 윤영태(65)씨가 추수 때 나온 짚을 이용해 새끼를 꼬는 시범을 보였다. 강진 지역 농가체험장을 찾은 초등학생들에게 농경문화의 모습들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농가에서 주인 가족과 하룻밤
새끼 꼬기, 농작물 캐기 등 체험
따뜻한 정 느끼며 인성 향상 도와
입소문 타고 도심 학교 예약 쇄도

 마당에 둘러앉은 광양 광영초등학교 학생들은 능숙한 솜씨로 새끼줄을 만들어내는 윤씨의 손놀림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새끼 꼬기를 마친 윤씨가 짚신과 멍석, 달걀 꾸러미를 만들어내자 “와” 하는 탄성이 쏟아졌다. 시범을 본 학생들은 집으로 가져갈 달걀 꾸러미를 직접 만들어보며 논농사를 해온 조상들의 삶을 체험했다. 서지아(12·6년)양은 “들판에 널린 지푸라기들이 멋진 신발과 바구니가 된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고 말했다.

 도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농가체험인 강진 푸소(FU-SO)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푸소는 ‘필링 업’(Feeling-Up)과 ‘스트레스 오프’(Stress-Off)‘를 뜻하는 농박(農泊) 프로그램이다. ‘덜어내시요’라는 뜻의 전라도 방언 ‘푸소’처럼 일상의 스트레스를 모두 떨쳐버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숙박만 하는 기존 민박과 달리 농가의 주인과 함께 하룻밤을 보내며 농촌의 삶을 체험하도록 한 게 특징이다.

 농촌의 정서와 감성을 전달하는 프로그램에는 운영 첫 달인 지난달에만 296명이 다녀갔다. 이달에는 6일 현재 15개 팀 970명이 체험을 신청한 상태다. 7일에는 광주 국제고 학생 342명이 강진을 찾는다. 이날 농박에서는 82개 농가 주인들이 오랜 농사 경험과 농작물 수확에 대한 노하우를 알려준다.

 강진군은 푸소 참가자들에게 농촌의 정을 전하기 위해 농가 120곳을 농박 장소로 선정했다. 해당 농가들은 지역별 특성을 살려 농촌·어촌·음식체험 등에 참여한다. 농가체험은 한옥체험과 곤충아트를 비롯해 고구마·도라지 캐기와 단감·버섯 따기, 콩 수확 등을 한다. 어촌체험은 강진만 인근 농가에 머무르며 바지락 캐기와 굴·꼬막 채취 등을 한다. 강진에서 키운 토종닭과 돼지고기 등 음식체험도 있다. 강진은 청정 바다와 탐진강을 끼고 있고 농토가 넓어 예로부터 다양한 요리가 발달했다. ‘동 순천, 서 강진’이란 말처럼 맛이라면 내로라하는 남도에서도 음식으로 이름난 고장이다.

 강진 곳곳에 퍼져 있는 풍부한 역사와 문화자원도 청소년들의 감성을 키워준다. 강진은 다산 정약용 유적지와 영랑 김윤식 생가 등 역사유적이 많아 ‘남도 답사 1번지’로 불린다. 청자박물관과 다산기념관·하멜기념관·가우도 등 문화·생태체험 장소도 많아 전국에서 탐방객이 몰린다. 매주 토요일 수산시장이 서는 마량 놀토시장과 문화복합형 재래시장인 오감통 등도 강진이 가진 감성여행지다.

 강진만의 중간에 위치한 가우도 역시 강진을 대표하는 명소다. 섬 안에 조성된 2.4㎞의 탐방로를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경치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어 천혜의 트레킹 코스로 꼽힌다. 섬 양쪽에 설치된 총 길이 1154m짜리 다리를 걸어보는 것도 도시에서 살아온 청소년들에게 색다른 감흥을 준다. 강진원 강진군수는 “학업과 경쟁에 지친 학생들이 농촌의 정과 유구한 역사·문화콘텐트를 체험하는 과정에서 따뜻한 인성과 감성을 키워갈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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