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수능 현장 반응] 高2 표준점수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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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18일 발표된 2005학년도 수능 계획안에 담긴 표준점수 제도로 일선 고교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원점수를 기준으로 0~4백점 분포였던 점수 폭이 새로운 수능 계획에서는 4개 영역을 선택할 경우 표준점수를 기준으로 0~1천점(실제 취득점수 분포는 2백~8백점)으로 더욱 넓어지게 됐기 때문이다. 점수 폭이 이처럼 커지게 되면 수능이 대학 합격.불합격에 미치는 영향도 덩달아 커진다.

예상치 못했던 수능 표준점수의 위력이 알려지자 일선 고교 학생이나 교사들은 난감해하고 있다.

구정고 2학년 강민석(康珉碩.18)군은 "교육부의 발표대로라면 표준점수 분포가 0~1천점으로 크게 늘어나게 돼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康군처럼 공학계열을 지원하려는 학생은 언어(0~2백점), 수리(0~2백점), 외국어(0~2백점)영역과 과학탐구(4개과목 선택.0~4백점)를 선택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이들 영역의 합산 점수는 0~1천점 분포에 들게 된다. 하지만 만점과 0점이 나오지 않는 표준점수의 특성상 점수 분포는 2백~8백점이 된다.

Y고 2학년 尹모군도 "수능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할 텐데 아직 배우지 못한 과목도 있다"고 답답해했다.

이공계나 자연계 지망 학생들이 선택해야 하는 과학탐구 과목의 심화선택 과목이 상당수 고교에서는 고3이 돼서야 배울 수 있게 교육과정이 짜여 있다. 이 때문에 배우지도 못한 과목을 미리 선택해 대비해야 하는 부담을 호소하는 고2학생들이 많다.

경복고 김종우(金鍾佑.42)교사는 "학생들이 어떤 과목을 선택해야 할지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표준점수에 대한 개념도 안잡혀 있어 난감하다"고 전했다.

이러다간 선택형 수능을 통해 학생들의 학업과 수능 대비 부담을 줄여주겠다던 정부 계획이 헝클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고교의 2학년 부장교사는 "수능의 영향력이 더 커지면 학생들이 과외에 의존하려는 부작용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선택형 수능의 실시로 수험생마다 응시하는 영역과 과목이 달라져 갑절 이상 늘어나게 될 출제진 구성이나 시험장 설치도 큰 골칫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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