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충성심 … 집사자 잘 키운 삼성, 적수가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기사 이미지

삼성은 구성원의 충성심을 이끌어 내며 21세기 최강팀이 됐다. 임창용(왼쪽)이 지난 3일 넥센전에서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하는 세이브를 올린 뒤 주장 박석민과 주먹을 맞대고 있다. 임창용은 일본·미국에 진출했다가 지난해 돌아왔고 박석민은 예비 FA다. [사진 삼성 라이온즈]

기사 이미지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가 지난 3일 서울 목동 넥센전에서 1-0으로 승리, 프로야구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삼성 이전엔 정규시즌 3년 연속 우승팀조차 없었다. 삼성은 21세기 최강팀, 아니 프로야구 사상 최강팀이 됐다.

외부 FA 영입 않고 기존 선수 우대
윤성환 80억, 안지만 65억 재계약
올 다승 3위, 홀드 1위 만점 활약
류중일 감독 등 코치진도 삼성맨
구자욱 등 새내기들 구단 믿고 헌신

 우승보다 몇 배 힘든 게 수성(守城)이다. 삼성은 류중일(52)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그리고 구단이 각자의 역할을 100% 해내며 5년 내내 최강 전력을 자랑했다. 그동안 삼성 야구단을 관통한 키워드는 로열티(loyalty·충성심)다.

 올해 삼성의 새 전력은 타율 0.349를 기록한 구자욱(22)과 수비 및 작전 수행이 뛰어난 박해민(25)이었다. 삼성의 육성 시스템이 이들을 특급 선수로 만들었다. 이들은 삼성의 주전이 되기 위해 매 경기 몸을 던져 뛰었다. 류 감독은 “구자욱과 박해민이 선배들의 공백을 잘 메워줬다”고 칭찬했다.

 이들의 롤 모델은 멀리 있지 않다. 이승엽(40)·임창용(40) 등 수퍼스타가 아니라도 삼성과 FA(자유계약선수) 계약한 윤성환(34·4년 80억원)·안지만(32·4년 65억원) 등이 현실적인 본보기다. FA 계약 직후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지만 윤성환은 다승 3위(17승), 안지만은 홀드 1위(34개)에 올랐다. 이게 삼성이 10년에 걸쳐 만든 시스템이다.

 과거 삼성은 돈으로 전력을 샀다. 1998년부터 비싼 FA들을 영입했고, 2000년 말엔 김응용 감독까지 해태에서 데려왔다. 2004년 한국시리즈에서 현대에 패한 뒤 현대 4번타자 심정수(4년 60억원)와 유격수 박진만(4년 39억원)을 쇼핑했다. 삼성은 ‘돈성’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2002년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삼성은 선동열 감독 체제에서 2005·2006년 챔피언에 올랐다. 20년 넘게 묵은 우승의 한을 푼 삼성은 장기 플랜을 짰다.

 김인 삼성 라이온즈 사장은 2010년 말 부임 직후 류중일 코치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대구중-경북고 출신의 류 감독은 87년 삼성에 입단해 13년을 뛰었다. 은퇴 후에도 코치로서 한 번도 삼성을 떠나지 않았다. 류 감독을 보좌하는 코치도 대부분 삼성 출신으로 채웠다.

 삼성의 선수 계약에도 변화가 시작됐다. 지난 10년간 선수들 연봉 때문에 잡음이 생긴 적이 없었다. FA 계약 땐 ‘내부 승진자’를 충분히 대우했다. 삼성에서 FA가 된다는 건 직원에서 임원이 되는 것이다. 2년 전 삼성이 오승환(33·한신)을 일본에 보낼 때 이적료로 5000만 엔(약 5억원)만 받았다. 구단 몫을 최대한 줄여 오승환 연봉(2년 총 9억 엔·약 90억원)을 높여준 것이다. 최근 삼성이 새로 영입한 전력은 해외에서 뛰다 삼성으로 돌아온 이승엽(2013년)과 임창용(2014년)뿐이다.

 삼성 선수들은 삼성에서 FA가 되고, 해외 리그에 도전하고, 지도자가 되는 꿈을 키우고 있다. 미래의 윤성환·오승환이, 류중일 감독이 되는 꿈을 삼성이 만들어 준 것이다. 4년 연속 통합 우승에 성공한 삼성 선수들의 올해 평균연봉은 10개 구단 중 1위(1억5876만원)다. 그러나 2위 한화(1억3981만원), 3위 LG(1억3196만원)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과거엔 우승도 못하고 돈만 써서 ‘돈성’이었지만 지금 삼성은 선수들의 ‘충성’을 모아 우승을 독식하고 있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