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시민 2만명 시위 "아베정권 NO!"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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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위헌 논란과 국민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19일 참의원에서 안보법안을 강행 처리한 뒤 ‘반(反)아베’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시위대는 단순히 안보법 폐지를 요구하는 걸 넘어 원전 재가동과 오키나와(沖繩) 미군기지 이전 문제 등 다른 현안들에 대해서도 비판과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일 밤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히비야(日比谷) 공원에서는 ‘아베 정권 NO! 1002 대행진’ 집회가 열렸다. 2만 여명의 시위대는 ‘전쟁법 반대’와 ‘탈(脫)원전’ ‘헤노코(邊野古) 미군기지 반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아베 정권 퇴진”을 외쳤다.

의회 앞 반대시위에 앞장섰던 대학생 단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학생 긴급행동(실즈·SEALDs)’은 수도권 반(反)원전연합·차별반대 도쿄액션과 함께 집회를 이끌었다. 실즈의 핵심 멤버로 최근 자신과 가족에 대한 살해 협박까지 받았던 오쿠다 아키(奧田愛基·메이지가쿠인대 4학년)는 시위 차량을 타고 진두지휘했다. 일본 부인단체연합회·농민운동 전국연합회·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 반대 변호사네트워크 등 각계 시민·사회단체들도 동참했다.

나카노 고이치(中野晃一) 조치대 교수는 “안보법과 원전 재가동은 국가가 폭주를 통해 우리를 굴복시키려는 움직임”이라며 “우리의 생활과 고귀한 생명,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 70대 남성은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겨우 4년 반이 지났는데 정치가들은 사고의 무서움을 잊은 것 같다”며 “전후 최악의 정권은 즉각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혐한(嫌韓)시위 반대활동을 벌여온 ‘차별반대 도쿄액션’의 홍보 담당자인 우에다 유스케(植田祐介)는 “시간이 지나도 반대 여론이 약해지지 않고 여전히 많은 사람이 투쟁 의지를 갖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집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단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연대하며 아베 정권 퇴진 운동을 계속할 것”이라며 “민주당 등 야당들도 힘을 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깨닫게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91) 전 총리는 전날 히비야 공회당에서 열린 아사누마 이네지로(淺沼稻次郞) 전 사회당 위원장의 55주기 추도행사에 참석해 “1960년 안보 투쟁 때 모인 사람은 노조나 전국학생총연맹 등에 의해 동원됐지만 현재 시위 참가자들은 자발적으로 나섰다”며 안보법 반대 운동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대다수 헌법학자가 위헌이라고 지적한 법안을, 법을 존중해야 할 의회의원들이 논의한 것은 ‘헌법위반 의회’”라고 비판했다. 또 “이 같은 폭거는 이번으로 끝내야 한다”며 “전쟁을 하지 않은 지난 70년의 경험을 소중히 여기며 무슨 일이 있어도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힘을 내자”고 강조했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사진 도쿄 이정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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