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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청와대와 세번째 전쟁 … “꼬리 내리면 미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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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가 1일 농어촌 지역 여야 국회의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국회 로텐더홀을 찾았다. 김 대표가 같은 당 황영철(홍천·횡성) 의원과 함께 앉아 있다.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한 김 대표는 국군의 날 기념식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참석 일정도 모두 취소했다. [김경빈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일 정해진 공식 일정에 모두 불참했다. 안보에 치중해 온 최근 행보와 달리 국군의 날 기념식에도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일정만 접었을 뿐 말까지 닫지는 않았다. 서울 여의도 자택과 국회 의원회관으로 찾아온 기자들도 만났다.

국군의 날 행사 불참하며 ‘시위’
전략공천 압박에도 불가론 고수
개헌 발언·유승민 파문 때와 달리
“국민에게 공천권” 명분 우위 판단
측근들 “과거와 다른 결기 보인 것”

 김 대표는 청와대가 지난달 28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회동한 것을 알리지 않았다고 비판한 데 대해 “(회동 전후) 청와대와 상의했다”고 반박했다. 그러곤 “(청와대의) 찬성·반대 의사는 듣지 않았지만 ‘이러한 방향으로 내가 하려고 한다’고 상의했다. (회동이) 끝나고 난 뒤 발표문을 그대로 (휴대전화로) 찍어 다 보냈다”고도 했다. 다만 해당 청와대 인사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전략공천에 대해서도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 전략공천은 여전히 반대인가.

 “정당민주주의를 하겠다고 약속했고, 그것을 실천하려 할 따름이다.”

 - 당 기구에서 전략공천을 하도록 의견이 모아지면 어쩔 건가.

 “아마 그렇게 안 모아질 거다. 설사 기구에서 그렇게 정해진다고 해도 의총에선 통과될 수 없을 것이다.”

 청와대를 상대로 한 김 대표의 ‘전쟁’은 이번이 세 번째다. 측근들은 “이번엔 과거와 다른 결기를 보인 것이다. 3라운드는 전과 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1라운드는 지난해 10월의 상하이 개헌 발언 파동이었고, 2라운드는 올해 5월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파문이었다. 1·2라운드는 모두 김 대표가 청와대의 공세에 물러나는 모습으로 마무리됐다. 김 대표와 가까운 한 재선 의원은 “개헌이나 유승민 문제는 김 대표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공천룰은 김 대표의 정치생명 그 자체”라며 “공천룰 싸움인 3라운드에서마저 꼬리를 내린다면 정치 미래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나 안심번호 공천제 등 상향식 공천은 김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내세운 공약으로 의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어제(30일) 의총 전 친박계의 대대적 공세에 대비해 몇몇 의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니 ‘김 대표가 이번에 또 과거처럼 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을 많이 들었다”며 “이런 우려를 아는 김 대표로선 물러설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데에는 “명분이 있다”는 자신감도 작용했다고 한다. 공천 방식을 떠나 그가 내세우는 명분은 “공천권을 내려놓고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것이다. 정병국 의원은 “김 대표가 과거 1·2라운드에서 흠집이 나면서도 버텼던 건 바로 공천룰 싸움이란 3라운드를 위한 명분과 힘을 축적하는 과정”이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아직 김 대표가 막다른 길을 택한 건 아니라고 측근들은 전했다. 이날만 해도 그는 회의 불참에 대해 ‘칩거’라는 해석이 나오자 “몸이 찌뿌둥해 늦잠을 잤다. 왜 칩거하느냐. (일정 불참에) 너무 의미를 두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측근 의원은 “김 대표가 무조건 청와대와 각을 세우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청와대의 반응에 따라 김 대표의 대응도 분명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이가영·이은 기자 ideal@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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