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동반 이주율 1위…혁신도시 선도모델 ‘전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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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동탄에 살던 이치훈(34)씨는 지난해 7월 부인과 딸 둘을 데리고 전북 전주시 중동으로 이사를 했다.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 따라 직장인 국립농업과학원이 있던 경기도 수원에서 전북혁신도시로 주소를 옮긴 것이다.

이전 대상 11개 기관 중 10곳 둥지
10개 혁신도시 중 속도 가장 빨라
교육·편의 시설 개선 만족도 높여

 대학 졸업 후 서울 등 수도권에서만 살아온 터라 처음엔 집을 옮기는 데 적잖이 망설였다. 주변에선 아이들 장래를 위해서라도 가족들은 수도권에 두고 혼자만 내려가라는 권유도 많았다. 이씨는 “주변에 학원이나 체육관, 대형 마트 등이 적어 생활에 불편함은 있지만 전주의 문화예술 시설과 시민들의 여유로운 모습을 보면 이사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가 근무하는 운영지원과의 경우 직원 30여 명 중 절반 정도가 가족과 함께 이사를 했다.

 전북혁신도시가 공공기관 이전의 선도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10개 혁신도시 중 기관 이전 속도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면서 가족 동반 이주율과 지방세수 등에서 돋보이는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전주시 만성동과 중동, 완주군 이서면에 990만㎡ 규모로 조성된 전북혁신도시에는 전체 이전 대상기관 12곳 중 농촌진흥청과 산하 기관인 농업과학원·식량과학원·축산과학원·원예특작과학원·농수산대학을 비롯해 국민연금공단과 지방행정연수원·한국전기안전공사·한국국토정보공사·출판문화산업진흥원 등 11곳이 들어와 있다.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현황 조사에 따르면 전북혁신도시의 공공기관 이전율은 92%로 부산과 나란히 전국 1위를 기록했다. 마지막 남은 한국식품연구원은 이르면 내년께 이사를 한다.

 전북으로 옮겨온 11개 기관에선 직원 2683명이 이사를 했다. 이들 중 가족이 함께 따라온 동반이사 비율은 최상위권인 34.3%(919명)으로 전국 평균(24.9%)보다 10%포인트가량 높다. 전북혁신도시 인구는 1만7600여 명으로 규모 면에서 전국 혁신도시 중 1위다. 울산은 1만6500여 명, 부산은 7800여 명이다.

 지방세 수입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북이 500억원으로 전국 10개 혁신도시 중 가장 많다. 2위인 광주·전남(356억원)보다 144억원, 3위인 대구(229억원)보다 271억원 많다. 세수입이 많은 것은 아파트가 성황리에 분양된 덕분이다. 전북혁신도시 주변에는 11개 아파트 단지에 6600여 가구가 입주해 있다.

 전북혁신도시의 안착에는 빼어난 교통 접근성과 넉넉한 녹지공간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전주 신시가지와 10여 분 거리로 가까우면서도 호남고속도로와도 인접해 있다. 농업 시험포·재배농지 등을 포함할 경우 공원녹지 비율도 70% 수준으로 쾌적한 선진국형 주거 환경을 갖췄다.

 가족들의 동반 이주를 이끌어내려는 전북도의 노력도 한몫했다. 전북도는 2007년부터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전주 한옥마을과 익산 미륵사지, 부안 채석강, 임실 치즈마을 등을 코스로 엮어 체험관광을 실시하며 지역을 알리는 데 힘을 쏟았다. 이철수 전북혁신도시 추진단장은 “교육환경 투자와 교통·쇼핑 등 편의시설 개선을 통해 주민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한편 이전 기관과의 산학연 협력체계를 구축함으로써 혁신도시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ds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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