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eport] 중국 투자 메뉴, 이젠 고르는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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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고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중국 투자 방법이 바뀌고 있다.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대신 성장 가능성이 큰 업종과 종목을 고르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상하이의 한 증권사에서 투자자가 주가 현황판을 살펴보고 있다. [상하이 신화=뉴시스]

올 1월 중국 본토 주식에 투자하는 랩어카운트 상품에 3000만원을 투자한 김모(56)씨의 24일 현재 수익률은 28.8%다. 이 기간 상하이종합지수가 -3.1% 하락했다. 김씨가 투자한 상품은 유안타증권 W프레스티지 강북센터에서 운용하는 화룡정점랩이다. 이 랩을 기획·운용하는 박세진 프라이빗뱅커(PB)는 “여행·면세 같은 내수주와 가전이나 전기차, 헬스케어 같은 뉴이코노미(New Economy·신경제) 업종에 투자한다”며 “향후 중국 내 수요가 늘어나는 업종으로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탄력성이 커 금세 회복한다”고 설명했다. 박 PB가 뉴이코노미 업종에 집중 투자하는 랩 상품을 만든 건 방향성 투자로는 중국에서 돈을 벌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중국 경제성장률이 7%에도 못미치게 되면서 시장 전체가 오르는 장은 끝났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증시 조정에 뉴이코노미 눈길
인덱스 펀드 같은 종합 투자 벗어나
인터넷·헬스케어·환경·게임 등
성장 가능성 큰 종목·업종 고르기
간접·분산 투자로 변동성 대비를

 3월 박모(43)씨가 3000만원을 투자한 한국투자증권 후강퉁 장기성장랩 역시 중국 시장 내 뉴이코노미 업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24일 현재 박씨의 수익률은 5%다. 이 기간 상하이종합지수는 5.7%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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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투자법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엔 시가총액 비중대로 종목을 담은 인덱스 펀드 같이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전략을 썼다면 이제 오를만한 업종과 종목을 골라 담는 투자가 늘고 있다.

 이같은 투자법이 자리 잡기 시작한 건 중국 시장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경제성장률이 높으면 모든 업종이 고루 오르며 시장을 끌어올린다. 중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10.4%에 달했던 2000년부터 2008년 까지가 그랬다. 2006~2007년 한국에 중국 펀드 열풍이 불었던 것도 이즈음이다. 업종에 관계없이 오르며 시장이 우상향 하던 때니 인덱스 펀드만 가입해도 돈을 벌었다. 하지만 2011년 이후 중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7.6%로 떨어졌다. 시장에도 냉기가 돌았다. 그러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경기 부양책을 써 시중에 자금을 풀기 시작하면서 시장도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올 상반기까지의 상황이다. 현동식 한국투자신탁운용 상하이리서치사무소장은 “정부가 개인 투자자가 주식 시장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면서 빚을 내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며 “상하지종합지수가 5000선을 돌파한 건 이런 유동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5월 방한했던 펑원셩 중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중국 경제성장률은 둔화됐지만 시장은 오르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진 건 경기 둔화로 소비와 투자가 줄고 그 돈이 정부 정책으로 주식 시장으로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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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빚으로 만든 상승장은 계속될 순 없다. 6월 12일 5166.3으로 정점을 찍었던 상하이종합지수는 8월 26일 2927.29로, 두 달여 사이 43% 급락했다. 거의 반 토막이 난 셈이다. 정부가 상장 종목의 절반 가까이 거래 중지하는 등 극약처방까지 써가며 진화에 나선 덕에 지수는 3000선까지 회복했다. 하지만 추가 상승 여지가 크지 않다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박중석 신한금융투자 차이나데스크 팀장은 “상하이종합지수가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보지만 올 상반기 수준(5000선)까지 오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우상향하는 대세 상승장은 끝났단 얘기다.

 시장이 횡보하거나 하락하면 업종과 종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소위 차별화가 진행된다는 얘기다. 상승 호재가 분명하고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탄탄한 업종과 기업은 주가가 덜 하락하거나 오르지만, 그렇지 못하면 반대의 길을 걷는다. 시장 전문가가 “시장에 투자하지 말고 될만한 업종과 기업을 골라 투자하라”고 조언하는 건 그래서다. 이승률 한국투자증권 자산운용부 차장은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인덱스 펀드보다 중소형주·헬스케어 펀드 같은 섹터 펀드나 스타일 펀드가 인기를 끄는 등 투자가 다양화되지 않았느냐”며 “중국도 그런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중국 투자는 아직 세분화되지 못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펀드 60여개 중 특정 업종에 투자하거나 투자 스타일이 뚜렷한 펀드는 10여개 뿐이다. 그나마도 중소형주와 배당주 펀드 두 종류뿐이다. 황윤아 제로인 연구원은 “2006~2007년 1차 중국 펀드 붐 때는 홍콩 투자 펀드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엔 본토 투자 펀드가 많다”며 “하지만 대부분 시장 전체를 담는 방향성 투자 성격”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특정 업종이나 종목 중심의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는 주로 증권사 랩어카운트 상품을 찾는다.

 물론 세분화된 투자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것보다 업종에 투자하는 게, 업종보다 종목에 투자하는 게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종과 종목을 잘못 선택하면 손실을 더 크게 입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주목받는 뉴이코노미 업종이 대부분 성장 기대감에 근거해 주가가 오르는 성장주라는 데 주의해야 한다. 박중석 신한금융투자 팀장은 “인터넷·헬스케어·환경 업종이 대표적인 뉴이코노미 업종인데 시장이 오를 때 많이 오른 만큼 최근 시장이 급락할 때 더 크게 하락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시장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투자해야 할 뿐 아니라 분산 투자 원칙을 꼭 지켜야 한다. 이승률 한국투자증권 차장은 “한국 시장 보다 정보가 많지 않은 만큼 전문가에게 투자를 맡기는 간접 투자를 권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 그것도 특정 업종에 자산을 집중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며 “전체 자산 내 적정 비중을 정한 뒤 이를 지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선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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