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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장마다 외국인 20% … “다양성이 에어버스 총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에어버스는 1970년 프랑스·영국·독일·스페인 4개 국가가 1970년 보잉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회사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항공기 전·후방 동체, 영국 브로턴에서 날개, 스페인 헤타페에서 꼬리 날개, 프랑스 툴루즈에서 조종석과 중간 동체를 만드는 식이다. 100여 개국 5만5000여 명에 달하는 직원은 물론이고 협력사만 7700개에 달한다. 파브리스 브레지에 에어버스 회장은 “우리 사업은 애들 놀이터가 아니다. 진짜 복잡한 산업”이라고 소개했다.

글로벌 혁신 기업인, 미래 50년을 말하다 <3> 브레지에 에어버스 회장
에어버스의 경쟁력 비결
폴란드계 부사장, 영국 이사…100개 나라 5만5000명 협업
다양한 문화 녹여낸 용광로 ‘에어버스식 사고’로 뭉쳐
“제때 의사결정 하는 게 리더십 가장 중요한 요소”

 이날 하루 동안 기자는 폴란드계 마케팅 담당 부사장, 영국계 마케팅 담당 이사, 독일계 제품 개발 책임자, 이탈리아계 홍보 담당자, 그리고 프랑스계 브레지에 회장을 만났다. 다양한 구성원이 이뤄내는 협업은 경쟁사인 보잉과 구별되는 특징이다. 그는 “한 사업장에 다른 나라에서 온 인력을 20% 이상 채우는 걸 원칙으로 한다”며 “우리는 단순히 다양한 국적, 인종으로 뭉친 조직이 아니다. 다양한 문화가 섞여 끓는 용광로(melting pot)”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국적의 직원이 근무하지만 동일한 ‘에어버스 사고방식’이 존재한다. 쉽게 들리지만 굉장히 이루기 어려운 목표”라며 “완벽한 다양성과 창의성, 상호보완성을 사업 구석구석에 최대한 적용하는 것이 혁신의 총탄(innovation bullets)”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잉은 미국 정부로부터 적절한 지원을 받고 의사결정도 빠르다. 하지만 우리는 조직의 복잡성을 잘 관리해 보잉보다 더 국제적이고 파트너십을 중시하는 회사로 거듭났다”고 덧붙였다.

 복잡다단한 사업을 이끄는 ‘항공 마에스트로’의 리더십은 무엇일까. 인터뷰 전 만난 에어버스 직원들에게 “브레지에 회장은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다. 한결같이 “솔직한(straightforward) 사람, 스마트한 리더”란 답이 돌아왔다. “에어버스를 속도감 있는 조직으로 바꿔놨다”는 평가도 한결같았다.

 -리더십의 원칙이 있다면.

 “의사결정을 제때 하는 것이다. 높은 위험성을 수반하는 첨단 제조업체를 이끄는 데 필수 요소다.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구성원들이 어떻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빨리 파악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적합한 인재를 찾고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동기를 주는 것도 리더의 역할이다.”

 구성원 간 균형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엔지니어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고객으로부터 직접적인 피드백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는 고객을 상대하는 마케팅 부서에도 큰 비중을 두고 엔지니어와 적절한 균형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같은 한국의 글로벌 기업이 글로벌 톱 회사로 거듭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우리가 조언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그들의 기술, 시장 지배력, 제품은 이미 충분히 국제적인 수준에 올랐다. 어떤 면에선 에어버스보다 앞선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제2, 제3의 삼성·현대를 키워내는 게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한국 독자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한국·유럽은 산업 경쟁력 측면뿐 아니라 문화와 가치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이 당면한 과제는 유럽과 비슷하다. 미래는 중국이나 국제개발 관련 이슈가 중요할 것이다. 여기서 한국과 유럽 간 산업 협력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한국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도 교류하며 균형을 찾아야 한다. 유럽과의 활발한 협업은 한국에 여러모로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툴루즈=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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