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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압박 … 적립·할인 서비스 줄어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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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소상공인과 신용카드사간 가맹점 수수료 대립이 소비자에 대한 카드 서비스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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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신용카드업계에 따르면 신용카드사와 수수료 재산정 협상을 하고 있는 가맹점 업주는 수수료율을 현행 2.1%수준보다 0.5%포인트 이상 낮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심 다지기에 나선 정치권도 적극적으로 인하를 주장한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는 무리하게 낮추면 기존 소비자가 받던 포인트 적립, 할인 등 서비스를 줄여서 손실을 만회할 수밖에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 체계는 3년마다 재산정되며 올해가 조정하는 기간이다.

소상공인·카드사 밀고 당기기 속
최대 0.5%P 인하 법안 발의 상태
여야 수용 움직임 … 당국도 “낮춰야”
“업체들 손실 메우려 서비스 축소”

 현재 국회에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최대 0.5%포인트 이상 낮추자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국감에서도 여·야 관계없이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새누리당 김희국 의원은 금융감독원과 여신금융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카드가맹점 유형별 수수료 수익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가맹점 한 곳당 월평균 32만원의 카드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신용카드사가 235만개 가맹점에서 거둔 수수료 수익은 9조364억원으로 3년 전보다 1조4000여 억원이 증가했다. 김 의원은 “개인 사업자의 절반이상이 월 평균 소득이 100만원을 넘지 못하는 데 카드 수수료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며 “수수료율 책정 과정에 영세가맹점의 현실적 여건이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8개의 전업카드사의 자금조달 비용은 지난해 1조9098억원으로 3년 전(2조2698억원)에 비해 16% 줄었다”며 “최근 기준금리 인하로 카드사의 자금조달 비용이 줄었기 때문에 가맹점 수수료율을 내릴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금리가 낮아진 만큼 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출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14일 국정감사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이후 기준금리 인하와 여러 가지 제도 변경을 감안할 때 수수료율 인하 요인이 있다”며 “연말로 예정된 수수료 조정 일정을 최대한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감원은 각 카드사와 여신금융협회, 회계법인 등과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가맹점 수수료율을 매길 때 기준으로 삼는 적격비용을 산정하고 있다. 결과는 이르면 다음달 나올 예정이다.

 수수료 인하 압박이 거세지자 신용카드사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율이 0.1%포인트 인하할 경우 전체 가맹점 수수료 수입이 5000억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엔 결제를 대행하는 밴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낮춰 카드수수료를 낮출 계획이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현재 카드사는 밴사에 결제 금액에 관계없이 건당 100~130원의 수수료를 내고 있다. 하지만 1만원 미만의 소액 결제가 늘면서 밴사에 지급하는 수수료 부담도 많아졌다. 신용카드사는 그 대안으로 영세가맹점의 IC단말기 교체를 위해 1000억원의 기금을 출연했다. 단말기 교체 사업을 맡은 신규 사업자가 기존 밴사보다 낮은 수수료를 받기로 함에 따라 비용 절감으로 수수료를 낮출 계획이었다. 하지만 수익 악화를 우려한 밴업계가 단말기 보급 자료를 카드업계에 제공하지 않으면서 IC단말기 교체 사업마저 제자리 걸음이다.

 전문가는 신용카드사가 카드 비용을 낮추지 못하면서 신규 고객 서비스를 축소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매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지 않는 포인트 적립, 할인, 무이자 서비스 등 여러 서비스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가맹점과 카드사의 수수료 분쟁이 생길 때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받아온 각종 혜택이나 서비스가 줄어든다”며 “카드사나 가맹점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실제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논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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