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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영화 페이스오프처럼 차량 바꿔치기 일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인 숀 아처와 청부 테러범인 캐스터 트로이의 얼굴이 서로 바뀌는 영화 '페이스 오프'. 성형 수술로 FBI 요원의 얼굴을 이식한 테러범 캐스터 트로이는 영화 내내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이 영화와 꼭 닮았다. 다른 게 있다면 얼굴이 아니라 차량이라는 점이다.

대구 북부경찰서는 24일 차량 수십 대를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권모(46)씨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2010년 7월부터 이달까지 경기도와 대전·울산 등지에서 화물트럭 41대를 훔쳐다 판 혐의다. 훔친 트럭의 전체 시가는 6억5000만원. 이들이 차량을 팔아 얻은 부당이득은 3억5000만원으로 경찰은 추산하고 있다.

범행 수법은 영화 페이스 오프처럼 얼굴 바꾸기가 아니라 차량 바꾸기였다. 차량 정비 기술을 가진 권씨는 교도소 동기인 김모(44)씨 등 2명과 만나 범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경북 영천과 의성·경산에 차량 보관 창고 3곳을 얻었다.

인터넷을 뒤져 사고로 크게 파손돼 수리가 힘든 화물트럭을 1대에 적게는 200만원 많게는 1500만원을 주고 구입해 창고에 가져왔다. 이후 똑같은 트럭을 저녁마다 돌아다니며 훔쳤다. 영화에서 보듯 철로 된 끈으로 차량 문을 열고 전동 드라이버를 이용, 키박스를 뜯어내 시동을 걸었다.

창고에 똑같은 차종의 훔친 트럭과 구입한 사고 트럭이 준비되면 권씨는 용접기와 절단기로 사고 트럭에 필요한 부품만 훔친 트럭에서 떼어냈다. 부품은 그대로 사고 트럭에 이식됐다. 사고 트럭은 이전 서류 등이 정상적으로 다 갖춰져 있다. 즉 정상적인 사고 뒤 수리된 트럭으로 바뀌어 판매된 것이다. 부품이 떨어져나간 훔친 트럭은 별도 절단작업을 거쳐 고물상으로 팔려나갔다.

경찰은 이렇게 차량 바꾸기라는 신종 수법을 쓰는 차량 절도범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도난 당한 화물 트럭의 차고지를 별도로 확인했다. 대구에서 6대, 대전 10대, 경남 22대, 경기도 2대, 울산 1대였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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