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잇단 음주운전…프로야구 왜 이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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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7일 이틀 연속 프로야구 코치와 선수의 음주운전 소식이 전해졌다. 16일 새벽에는 기아 타이거즈 서정환(48) 코치가 서울 강남역 부근에서 경찰의 음주단속에 적발돼 운전면허가 취소됐다.

17일 새벽에는 LG 트윈스의 간판타자 김재현(28)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신 뒤 차를 몰다 경찰의 음주측정 요구를 거부해 운전면허가 취소됐다. 김재현은 경찰 조사에서 "맥주 두병을 마셨다"고 진술했다.

서코치의 음주운전도 문제지만 김재현의 음주운전은 두가지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첫째 술을 마셨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다. 현재 김재현의 처지는 기분전환으로 가볍게 '한잔'할 상태가 아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때 '부상투혼의 주인공'이었던 그는 지난해 12월 고관절(엉덩이쪽 관절) 수술을 받고 올해 후반기 복귀를 목표로 재활훈련 중이다. 당시 집도의였던 경희의료원 유명철 박사는 "고관절 부상 중의 음주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한다"며 김재현에게 누누이 경고를 했다.

둘째 김재현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떳떳하지 못했다. 일단 실수를 했으면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벌 받을 것은 받아야 한다. 그러나 김재현은 신원을 묻는 경찰에게 동료 선수의 이름을 대는 등 '스타 선수'답지 못한 행동을 보였다.

최근 프로 야구계에서 잇따라 불거져나오는 파문이 야구인들의 공인(公人)의식 상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프로야구계는 이번 사건을 '승리에서 배우기보다 실수에서 더 많이 배우라'는 야구계의 격언을 되새기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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