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빼기 비상] 中. 전셋값 내림세 2004년 중반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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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전세시장 약세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IMF 외환위기 이후 1999년부터 매년 전세값이 10% 이상 오르는 것을 경험한 세입자들은 언제 강세로 돌아설지 몰라 불안하다. 주인들은 지금보다 더 떨어져 임대수익률이 하락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몇년간 전셋값 급등의 주요인으로 꼽힌 수급 불균형은 어느 정도 해소돼 전셋값 급상승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99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과 수도권에서 각각 26만여가구와 38만여가구가 입주한 데 이어 내년까지 입주 대기 물량이 충분하다.

올해 서울 7만여가구, 수도권 6만8천여가구가 집들이를 할 예정이고 내년엔 각각 5만4천여가구와 8만5천여가구가 입주 대기하고 있다.

올해 서울.수도권 하반기 입주 물량은 상반기보다 20% 정도 많다. 때문에 신규 입주단지들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이달 말부터 2천8백여가구가 입주하는 경기도 부천시 범박동 현대홈타운 4~6단지 인근 동우공인 관계자는 "10가구 중 2~3가구가 전세물량으로 나오고 있지만 찾는 사람이 드물다"고 말했다.

기존 아파트들 가운데서도 입주 짝수해를 맞아 계약이 끝난 단지가 많다. 2001년 완공돼 올해 입주 2년을 맞는 서울지역 아파트는 5만6천여가구이고 99년 입주 물량은 8만4천여가구로 예년에 비해 15% 정도 많다.

재건축 등으로 헐리는 아파트도 있지만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많아 서울지역 전체 아파트 가구수는 꾸준히 늘어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1백5만여가구로 지난해 초보다 4만가구 증가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박사는 "정부의 재건축 규제 등으로 인해 아파트 재건축이 까다로워져 아파트 공급 증가 속도가 멸실 속도를 훨씬 추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아파트 전세수요를 대체할 주거형 오피스텔 등이 쏟아진다. 올해와 내년 서울과 수도권 오피스텔 입주 예정 물량은 12만여가구로 아파트 입주물량(28만가구)의 절반 가까이에 달한다.

내년까지 2만여실의 오피스텔이 들어서는 경기도 고양시 소망공인 김근영 사장은 "오피스텔은 같은 평형 아파트보다 전세금이 싼 곳이 많아 적지 않은 아파트 전세 수요자를 끌어들일 것으로 보여 아파트 전셋값은 약세에서 벗어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정부의 강도높은 부동산 가격 안정대책.경기 침체 등도 주요 변수다. 전세 수요자들이 정부 규제로 집값이 내리면 전셋값도 더 떨어질 것이란 기대감에서 관망세다.

서울 도봉구 으뜸공인 김순식 사장은 "언론에 한주간의 시황이 보도되는 월요일이면 문의가 많은데 요즘은 계속 내려갈 것으로 보고 시세문의가 뚝 끊겼다"고 말했다.

회생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경기 침체도 전셋값 움직임의 발목을 잡는다.

국토연구원 손경환 박사는 "전셋값은 소득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경기침체로 소득이 불안해지면 평형을 넓히는 등의 신규 전세수요가 위축된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부담이 적은 저금리 지속은 전세보다 매매 대기 수요를 부풀려 놓는다.

서울 강남구 우진공인 고재영 사장은 "집값이 지금은 하락세를 보여도 다시 들썩이면 세입자들이 언제든 매매로 돌아설 것이기 때문에 전세에 대한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 여름방학 전세시장은 거래는 활발하겠지만 가격 상승폭은 크지 않고 일찍 끝나는 '반짝' 장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계절.지역적으로 소폭 상승세를 나타내기도 하겠지만 전반적으로 아파트 전셋값은 내년 상반기까지 하향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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