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선거구 조정 비현실적, 농어촌 대표성 저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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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오른쪽은 서청원 최고위원. [뉴시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구 획정위안은 비현실적인 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획정위안에 대응하기 위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를 열겠다”고 했다. 획정위는 여야가 지난 6월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사상 최초로 선거구 획정권한을 넘긴 중앙선관위 산하 독립기구다. 이곳에서 지난 19일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를 244~249개로 하겠다는 내용의 지역구 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농어촌 지역구 줄고 도시는 늘어
“정개특위 열겠다” 획정위에 포문
야당 일부도 “특별선거구 만들자”
획정위 “기준 제시 않고 이제 와서”

 이런 획정위안을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하며 국회 정개특위를 열겠다는 것은 선거구 획정위에 대한 일종의 ‘선전포고’다. 논란이 불가피한 대목이지만 김 대표로선 가만있을 수도 없는 처지다. 새누리당의 이해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획정위안대로라면 농어촌 지역의 지역구는 줄 수밖에 없다.

 지역구 의석수를 현행(246석)과 비슷하게 가면서 선거구 최다·최소 인구비율이 2대 1을 넘지 않도록 하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따르려면 인구밀도가 낮은 농어촌 선거구 통폐합이 불가피해진다. 대신 인구밀도가 높은 수도권 의석수는 늘어난다. 농촌에서 강한 여당으로선 부담스러운 구도다.

 실제 김 대표는 이날 “경남북에서 (의석수가) 4개가 줄고, 광주·전남북에서도 4개가 줄고, 강원도에서 2개가 주는 등 농촌 지역 선거구가 대폭 줄어든다”면서 정치권에 떠도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언급했다. 또 “이럴 경우 6개 군이 한 선거구가 되는 곳이 2개, 5개 군이 한 선거구가 되는 곳이 2개가 돼 농어촌의 대표성이 저하된다”면서 “의원이 4개 군을 관리하는 것만도 힘이 드는 문제이기 때문에 (한 선거구가) 4개 군을 넘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당장 정치권에선 “시뮬레이션처럼 되면 새누리당은 6석, 새정치민주연합은 4석을 영호남의 농어촌에서 잃고 수도권에서 진검승부를 그만큼 더 해야 할 테니 새누리당이 반길 리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대표로선 획정위 발표가 부담스러운 측면이 또 있다. 획정위안대로 비례대표 의석수를 최소 현행(54석)대로 유지한다면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이 가능하다. 야당의 요구와 맞아떨어지는 면이 있다.

 다만 야당 내에서도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은 비슷한 처지의 여당 의원들과 21일 긴급회의를 여는 등 예민하게 움직였다. 김 대표에겐 원군인 셈이다. 이들은 회의 직후 “농어촌 지역에는 특별선거구를 설치하라”고 획정위에 요구했다.

 하지만 획정위는 선거법에 따라 권한을 행사할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획정위 관계자는 “정개특위에서 선거구 획정 기준을 정해야 할 시한(지난달 13일)도 못 지켜놓고 이제 와서 획정위 발표를 비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선거법에 따르면 획정위가 선거구 획정안을 정해 국회에 제출하면, 여야는 한 차례만 반려할 수 있다. 이후 획정위가 두 번째로 안을 제출하면 국회는 무조건 본회의를 열어 표결을 해야 한다. 다만 선거법엔 본회의에서 획정위안이 부결될 경우에 대해선 아무런 대책이 없다. 이 때문에 선관위 내부에선 “획정위에 권한을 넘기는 시늉만 하고 결국 국회가 마음대로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남궁욱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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