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도 추석엔 TV외화 즐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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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두고 지난 15~17일 평양에서 열린 황소상 씨름경기 시상식. [오늘의 조선 홈페이지]

북한에서도 추석은 민속명절의 대명사다.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에 북한이 호응해오는 것도 이런 상징성 때문이다. 공장·기업소 등은 당일 하루 쉬고, 개성공단도 마찬가지다. 올해는 일요일과 겹쳐 명절 연휴 맛을 느끼기는 어렵게됐다.

중국·러시아 영화 더빙해서 방영
트랙터 타고 성묘 … “차 많은 날”

 추석날에는 송편·설기떡이나 지짐·전 (煎)등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는다. TV에서는 러시아와 중국의 영화를 더빙방식으로 방영해 주민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고 한다. 조상의 묘를 찾는 성묘도 빼놓지 않는 행사다. 탈북자 출신인 김병욱 북한개발연구소장은 “남한의 교통체증 수준은 아니라해도 추석은 북한에서 차량이 가장 많이 거리에 나오는 날”이라며 “버스는 물론 공장·기업소에 등록된 트랙터도 성묘길에 동원된다”고 말했다. 추석이 제대로 대접받기 시작한건 1988년부터다. 추석과 설 같은 민족 전래의 명절은 북한 정권수립 초기 비판의 대상이었다. 김일성은 1967년 5월 “봉건잔재를 뿌리뽑아야 한다”는 교시를 내렸고, 한때 북한 달력에서 사라졌다. 부활의 계기가 된 건 1970년대 들어 조총련계를 비롯한 해외동포의 방북이다. 낡은 유물이라고 배척받던 성묘가 1972년부터 허락됐고, 1988년 추석에 이어 이듬해는 설(음력설)이 복권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정월대보름과 청명절(4월5일)도 명절로 지정됐다.

 물론 최고의 명절은 따로 있다. 김일성 출생일(4월15일)과 김정일 생일(2월16일)이다. 특별배급품으로 설탕과 식용류·돼지고기 등이 나온다.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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