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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제2의 김일곤’ 막기 위해 우범자 관리 실태 점검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이른바 ‘트렁크 시신’ 사건의 범인인 김일곤이 구속됐다. 그는 지난 9일 충남 아산의 한 대형마트 지하주차장에서 3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뒤 시신을 차량 트렁크에 넣은 채 도피행각을 벌였다. 그는 서울의 한 빌라 주차장에서 차에 불을 지르고 시신이 훼손되는 과정을 지켜보기도 했다. 전과 22범인 그가 저지른 범죄의 잔인함과 엽기성은 우리들에게 할 말을 잃게 한다.

 그의 바지 호주머니에선 판사·의사·간호사 등 28명의 이름이 적힌 쪽지도 나왔다고 한다. ‘살생부’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경찰은 “허무맹랑한 얘기”라고 밝히고 있다. 스무 살 때부터 절도·강도 등의 혐의로 교도소를 들락거리면서 사회와 거의 단절하다시피 한 그의 이력을 볼 때 치밀한 범죄를 계획할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김씨 같은 은둔형 외톨이의 범죄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이 마땅치 않은 점을 걱정하고 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접촉사고를 낸 사람을 혼내주기 위해 피해 여성을 납치에 이용했다”고 말했다. 범행 목적은 보복을 위해서였던 것이다. 국회가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보복범죄 발생 건수는 모두 255건으로 2010년의 124건에 비해 두 배가량 늘어났다. 유형별로는 협박이 가장 많았고 폭행-상해-감금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같은 증오 범죄는 전과에 관계없이 순식간에 일어나 손을 쓸 수 없을 때가 많다. 그렇다고 무작정 손을 놓을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수사 전문가들은 범죄는 우범자들에 의해 일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우선 이들에 대한 관리부터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전국에는 4만여 명의 우범자들이 있지만 이 중 10%가량은 김씨처럼 소재지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제2의 김일곤’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우범자들에 대한 관리실태를 다시 한번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김씨 검거 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성숙한 의식을 보여준 것처럼 우리 주변의 소외계층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