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집단적 자위권 갖춘 일본, 경계하되 최대한 활용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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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는 일본의 안보 법안이 마침내 참의원 본회의를 통과했다. 야당의 격렬한 반대 속에 특별위원회에서 안보 법안을 강행 처리한 자민·공명 연립여당은 수적 우세를 바탕으로 마지막 관문인 본회의 통과를 밀어붙여 법안을 확정 지었다. 1946년 평화헌법 제정 이래 70년 가까이 지켜온 ‘전수(專守)방위’ 원칙, 즉 ‘먼저 공격받지 않는 한 무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깨진 것이다. 일본이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되는 셈이다.

 집단적 자위권은 유엔에서도 보장하는 주권국의 고유 권한이다. 이웃 나라에서 말릴 명분도, 막을 힘도 없다. 그럼에도 한국·중국 등 주변국에서는 물론 일본 내부에서도 반대가 극심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은 일본인 사이에는 어떤 전쟁에도 휘말리지 않겠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자리 잡고 있다. 그런 염원이 집단적 자위권 확보로 크게 상처를 입었고, 이에 따른 분노가 시민들의 격렬한 시위로 폭발했다.

 과거 피맺힌 일제 침략의 아픔을 경험한 주변국들로서는 이 법안으로 일본의 재무장과 군사대국화 행보가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떨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아베 정권은 주변국의 이유 있는 우려를 경시할 경우 관계 악화 등 거센 역풍을 맞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집단적 자위권 확보에는 북한 외에 중국 견제란 측면이 크게 작용해 향후 동북아 안정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아베 정권하의 일본은 중국 견제에 적극적인 미국의 최대 협력자이자 대리인을 자임하고 있다. 가뜩이나 치열한 동북아 내 군비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게 뻔하다.

 하지만 모든 일엔 양면성이 있기 마련이다. 이번 안보 법안도 마찬가지다. 간과해선 안 될 대목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확보가 우리에게 득이 될 부분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갖추게 되면 미군에 대한 후방지원이 용이해져 대북 억지력이 강화될 수 있다. 현재는 한반도 주변에서 미국이 북한의 공격을 받게 되더라도 일본이 제대로 손쓸 수 없는 처지다. 전수방위 원칙이란 족쇄가 발목을 묶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지게 됐다. 한·미·일 3각 협력 구도 아래 집단적 자위권을 발동할 수 있어 즉각 대응이 가능해진다.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우리로서는 챙길 것은 최대한 챙기고, 우려되는 부분은 최소화하는 실리적 전략을 택하는 수밖에 없다. 달라진 일본을 경계하되 군사정보 교류 확대 등 적절한 협력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마침 다음달 말께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열릴 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모처럼 세 나라 수뇌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우리의 우려를 제기하고, 해소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면서 군비경쟁 방지 등 이 지역을 평화롭게 만드는 묘책도 진지하게 논의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