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반수생 양산하는 ‘물 수능’ 언제까지 고집할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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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휴학·자퇴하고 다시 수능을 치르는 반수(半修)가 매년 늘고 있다. 반수생 규모는 2014학년도 6만8000여 명에서 2016학년도 7만5000여 명으로 3년째 증가세다. 대학 신입생 중 휴학·자퇴자가 17%에 이르고, 자퇴생이 낸 등록금만 500억원이 넘는다. 특히 일부 지방대는 반수생 비율이 커 대학 운영에 차질을 빚을 정도라고 한다.

 고교 내내 무거운 사교육비를 부담했던 학부모들은 반수 비용을 대느라 또 한 번 허리가 휘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반수를 할 경우 대부분 입학하면서 낸 대학등록금을 날리게 된다. 게다가 반수 기간 동안 최소 1000만원이 넘는 학원비용을 대야 한다.

 반수생이 늘어나는 가장 큰 원인은 변별력을 잃어버린 ‘물 수능’이다. 한두 문제 차이로 아깝게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한 학생들이 재도전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졸업생은 내신 등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므로 재학생보다 수능에 집중하는 데 유리하다. 반수를 통해 수능점수를 몇 점만 올려도 진학 가능 대학이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대학 신입생들을 반수로 몰아가는 것이다.

 교육 당국이 쉬운 수능 기조를 유지하는 명분은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별 정책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반수생이 계속 늘어난다는 게 그 증거다. 반수는 상당한 학원비를 추가 부담해야 하므로 오히려 사교육의 ‘빈익빈 부익부’만 부채질하고 있다. 실제로 반수생 중에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강남권 학생들의 비중이 높다.

 교육 당국은 쉬운 수능을 고집할 게 아니라 적정한 변별력을 가질 수 있도록 시험 난이도를 조정해야 한다. 실력보다 얼마나 실수를 안 하는지에 달려 있는 수능을 그대로 두는 한 반수의 유혹을 막기 어렵다. 또 ‘암호책’처럼 난해한 입시전형제도를 보다 단순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수시만 여섯 번을 지원할 수 있다 보니 수험생들 간에는 원치 않는 대학이라도 일단 ‘안전판’으로 합격해 놓자는 심리가 강하다. 결국 최소한의 수능 변별력 확보와 복잡한 입시제도 개선이 반수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