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자·투자 함께 … 기술금융의 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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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에일리·산이·박재범은 올해 3월 캐나다의 ‘K팝’ 팬들의 요청으로 토론토에서 합동 콘서트를 열었다. 현지 팬들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 ‘콘서트를 보고 싶은 가수’로 뽑히면서다. 콘서트 비용은 팬이 인터넷을 통해 크라우드 펀딩으로 십시일반으로 모아 기획사에 전달했다. 팬은 원하는 가수의 공연을 볼 수 있고, 기획사는 적자 걱정 없이 공연을 할 수 있는 ‘윈윈’ 시스템이다.

기술보증기금 ‘보증연계 직접투자’
벤처에 대출 보증, 5억 투자까지
K팝 콘서트 20차례 성공 이끌어

벤처기업 케이팝유나이티드는 이처럼 K팝 팬이 가수를 선택하는 ‘역경매 방식’을 통해 전 세계에서 20차례 이상의 콘서트를 열었다. 기획사가 일방적으로 공연 가수와 장소·일정을 정한 뒤 팬을 끌어모으는 전통적인 콘서트 개최 방식을 뒤집은 역발상이었다.

 이 회사가 성공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건 ‘기술금융’ 으로 종자돈을 마련하면서다. 이 회사의 사업모델을 눈여겨 본 기술보증기금(기보)은 은행에서 5억원을 대출 받을 수 있도록 보증을 제공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5억원의 직접 투자도 병행했다. 융자와 투자를 결합한 ‘보증연계 직접투자제도’의 덕을 본 것이다.

 기술금융이 대출에서 투자로 방향을 틀고 있다. 아무리 기술력이 있더라도 초기 벤처기업이 보수적인 은행의 대출로만 사업자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기보는 보증연계 직접투자 제도를 통해 혁신적인 사업모델이나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벤처기업에 대출보증은 물론 지분 투자를 해 증시 상장 때까지 지원한다. 상장 이후 지분 매각으로 회수한 투자금은 다시 다른 유망 기업에 투자한다. 올해 6월말까지 134개 기업에 1555억원을 투자했다. 투자수익률은 14.1%(218억원)다.

  지난해 하반기 새로 도입한 투자옵션부보증 제도도 새로운 융합상품이다. 기술력이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창업기업에 보증부대출을 해 준 다음 출자전환 선택권을 주는 제도다. 사업이 본궤도에 올라 수익을 내면 출자전환을 통해 대출금을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 기업은 채무 상환 부담없이 사업을 계속할 수 있고, 기보도 사업 성공시 다른 기업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있어 서로에게 득이 된다는 평가다.

 여기에 더 많은 외부 자금을 끌어올 수 있도록 기술가치를 평가해주는 제도도 도입했다. 중소기업의 기술을 객관적인 지표에 따라 현재 가치로 환산해준다. 기보 관계자는 “ 기술이전·세무·소송 등 다양한 목적에 쓸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수요가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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