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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표면엔 300여 개 딤플 … 저항 줄여 매끈한 공보다 비거리 2배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45호 23면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고 있는 세계적인 축구스타 크리스티나우 호날두(포르투갈). 그의 전매특허는 ‘무회전 킥’이다. 말 그대로 축구공에 회전(스핀)이 거의 걸리지 않는 독특한 킥이다. 공중에서 날아가다 골문 부근에서 공이 갑자기 뚝 떨어진다.


골프공으로도 무회전 킥 또는 무회전 샷을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무회전 샷을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바람직하지도 않다. 골프공은 축구공과 다르다. 많건 적건 스핀이 걸린다. 드라이버나 아이언으로 샷을 하면 공은 날아가다 뚝 떨어지지 않고 완만한 경사를 그리며 지면에 안착한다.


골프공이 완만한 경사를 그리며 떨어지는 이유는 뭘까. 그건 바로 공의 겉면에 오목하게 파인 많은 홈 덕분이다. 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표면이 곰보처럼 울퉁불퉁하다. 비슷한 크기의 탁구공은 매끈한 반면 골프공에는 홈이 많이 나 있다. 이 홈을 ‘딤플(dimple)’이라고 부른다.


딤플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무엇보다도 비거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딤플이 처음 생긴 것은 1860년께다. 이전까지 골퍼들은 표면이 매끈한 공을 사용했다. 그런데 그 당시 골퍼들은 흠집이 많이 난 공이 더 멀리 날아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게 바로 딤플의 시초가 됐다.


딤플의 가장 큰 역할은 공기저항을 줄여주는 것이다. 당연히 비거리가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다. 또 공의 양력(揚力), 즉 공을 공중에 띄우는 힘을 크게 만들어 준다. 딤플이 있는 공은 없는 공에 비해 탄도가 훨씬 높고, 거리도 두 배 이상 날아간다는 실험결과도 있다.


그런데 딤플이 있으면 왜 공기저항이 줄어드는 걸까. 그림처럼 딤플은 공 표면에 난기류를 발생시킨다. 영어로는 ‘터뷸런스(turbulence)’라고 하는데 이 난기류가 공기의 저항을 줄여주고, 공을 공중에 뜨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지름 42.67mm의 골프공을 들여다보면 표면에 수백 개의 딤플이 있다. 요즘 나오는 공엔 보통 300~450개 내외가 있다. 타이틀리스트 프로 V1는 딤플 수가 352개, 프로 V1X는 328개다. 국산 골프공인 볼빅 화이트칼라는 336개, 비스타는 392개다. 전 세계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미국골프협회(USGA)는 딤플의 개수나 규격에 대해선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딤플이 무조건 많다고 좋은 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딤플이 공 표면을 커버하는 양이 많을수록 공기 저항이 줄어들면서 거리가 늘어난다. 딤플이 깊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딤플이 차지하는 면적이 크면 공기 저항을 줄여주지만 아무렇게나 만들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골프공은 거리도 중요하지만 일관성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공의 중심축을 기준으로 양쪽이 같은 패턴을 갖도록 딤플을 만들어야 한다. 딤플을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게 배치해야 공이 일관성 있게 날아간다. 만약 무작위로 딤플을 배치한다면 공은 제멋대로 날아가면서 탄도를 예측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그래서 골프공은 공기역학·유체역학과 재료공학이 결합된 첨단 과학의 결정체라고 부른다.


도움말 주신분 던롭코리아 김세훈 팀장, 아쿠시네트 김태훈 차장, 볼빅 김주택 부장


정제원 기자newspoe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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