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파직·사약 위기 넘어 영광의 '봉조하'로 양반집 아이처럼 놀자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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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경도 놀이는 주사위인 윤목을 굴려 5개의 말을 움직이며 높은 관직을 차지하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윤목 대신 윷을 사용할 수 있다.]

윷놀이는 식상하고, 컴퓨터 게임은 눈치가 보입니다. 심심한 연휴를 즐겁게 보내기 위해 소중이 멋진 게임을 소개합니다. 조선 시대 양반집 아이들이 즐겨 놀았던 조선판 보드 게임 ‘승경도 놀이’입니다. 승경도는 ‘벼슬살이를 하는 도표’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종이에 조선 시대의 관직 이름을 적고 ‘윤목’이라 불리는 주사위를 굴려 나온 수에 따라 등급을 올리거나 내리는 놀이죠. 잘못하면 관직을 박탈당하거나 사약을 먹고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스릴이 넘칩니다. 조선 초기 관료 하륜(1377~1416)이 양반집 자녀들에게 관직 체계를 가르치고 학구열을 높이기 위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게임 자체도 재미있어 『난중일기』에는 이순신 장군이 군관 송희립·김대복을 불러 승경도 놀이를 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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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승경도는 무척 복잡합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승경도 놀이 자료를 보면 약 300개의 관직이 경직(중앙관리)과 외직(지방관리)로 구분돼 등급별 칸에 그려져 있고, 칸마다 종9품부터 정1품까지의 벼슬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습니다. 윤목 대신 윷을 굴려 ‘도·개·걸·윷·모’로 정할 수도 있습니다. 가장 먼저 최고 관직에 오른 사람이 이기는 방식이죠. 온 가족이 모여 조선 시대의 관직 이름도 배우고 재미도 찾을 수 있는 승경도 놀이를 하는 것은 어떨까요.

놀이방법 · 규칙

신분(놀이 순서) 정하기 유학(초입문)에서 신분을 가린다. 가위바위보를 하거나 윤목 혹은 윷을 굴려 은일·문과·무과·남행·군졸의 순으로 정한다.
게임 진행 은일부터 윤목(윷)을 굴려 나온 수에 따라 해당하는 관직을 찾아 말을 옮겨 간다. 다른 사람과 벼슬이 같아져도 잡거나 잡히지는 않는다. 가장 먼저 봉조하에 오르는 사람이 승자가 된다.
파직과 사약 높은 벼슬에서 잘못하면 파직(관직에서 물러나게 함)을 당할 수 있다. 복직(물러났던 관직에 다시 종사함)할 수도 있으니 실망하지 말자. 다만 사약을 받으면 패자부활 기회 없이 놀이에서 빠져야 한다.
인사권 인사권을 얻으면 한 사람을 지정해 공주판관이나 강원도 관찰사로 보낸다. 종3품 이하의 당하관이면 공주판관으로, 정3품 이상의 당상관이면 강원도 관찰사로 보낼 수 있다.
양사법 판서 이상의 관리 중 한 명을 파직시킬 수 있다.
백의종군 백의종군이 되면 군졸부터 다시 시작한다.
성은 임금의 성은을 입으면 같은 품계 내에서 원하는 벼슬로 옮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정1품이라면 영의정·좌의정·우의정 중 골라 말을 옮긴다.

글=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도움말=국립민속박물관, 사진·게임제공=해와하늘(www.summersk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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