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사드 배치용? 미 태평양사령관 "(한국 등)다른 나라의 (방어)능력은 비관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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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및 핵실험 위협에 맞서 다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관은 17일(현지시간)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북한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모든 가능한 상황에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게 좋다"며 "따라서 한국의 탄도미사일 방어(Ballistic Missile Defence) 시스템 능력을 강화했으며 개인적으로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문회에 참석한 진 샤힌 상원의원(민주)이 북한의 미사일 능력 및 남북간 대화의 전망을 묻자 "북한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모든 가능한 상황을 준비하는 게 핵심"이라며 "난 다른 국가(한국 포함)들의 (방어)능력에 대해선 비관적"이라고 말했다.

사드는 고도 40~150㎞에서 상대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미국 미사일 방어의 핵심 체계다. 한반도 배치를 둘러싸고는 중국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태평양 지역을 총괄하는 미군의 사령관이 '개인적 의견'이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 자리에서, 그것도 사드를 직접 적시하는 질문을 하지 않았는데도 굳이 '한반도 배치의 중요성'을 공개적으로 들고 나옴으로써 그 동안 수면 아래로 잠복했던 한반도 사드 배치 논의는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사드와 관련해선 지난 10일 한민구 국방장관이 국정감사에서 "현재로선 (사드 배치 문제가 다음달 16일의 한·미 정상회담 의제로) 논의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임스 워너필드 미 합참 부의장도 지난 5월 워싱턴에서의 강연에서 사드의 유용성을 강조하면서도 "한국 배치는 한국 정부의 입장이 존중돼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이 다음달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해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할 경우 해리스 태평양사령관의 상원 청문회 공개발언처럼 미국이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 논의를 거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의 미사일·핵 위협이 미국이 원해 온 한반도 사드 배치의 명분을 제공한 것이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 해리스 사령관과 함께 출석한 데이비드 시어 국방부 차관보는 "중국이 북한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아지고 있다"며 "만일 북한이 장거리 로켓발사에 나설 경우 추가 제재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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