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사볼까, 돌아온 외국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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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17일 코스피 시장에선 외국인이 131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전날에 이은 이틀 연속 ‘사자’세다. 외국인은 16일 2223억원 어치를 사들이며 29일간 이어지던 순매도 행진을 끝냈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과 대신증권에 따르면 증시 투자 주체 가운데 2012년 이후 코스피지수와 상관계수가 가장 높은 곳은 외국인(0.68)이다. 외국인이 순매수로 바뀌면 코스피지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코스피지수는 16일 37.89포인트(1.96%) 오른 1975.45로 마감했다. 17일에도 1976.49으로 소폭(0.05%) 상승했다.

 모처럼 돌아온 외국인은 어떤 종목에 주목했을까. 16일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엔 현대차(561억원)와 기아차(236억원), SK하이닉스(212억원), 현대중공업(154억원) 등 대형수출주가 많았다. 17일엔 삼성중공업(76억원), 한화테크윈(57억원)도 있었다. 이들은 15일까지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판 종목이다. 이 기간 외국인 순매도 상위 10위 안에는 SK하이닉스(-6411억원), 포스코(-1506억원), 현대차(-1449억원)등이 있다.

 외국인의 태도 변화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를 육박한 것 때문으로 보인다. 원화가치가 내려가면 대형 수출주의 영업이익이 증가할 수 있다. 장희종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원화가치 하락으로 대형 수출주의 가격 경쟁력이 회복될 수 있다”며 “기업재무재표가 원화로 표시돼 실적부진에 시달리는 기업엔 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주에도 주목했다. 16일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 신한금융지주(163억원)와 NH투자증권(50억원)이 있다. 남기윤 동부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이 미국 금리 인상 우려에도 불구하고 증권주를 산다는 건 국내증시가 안정적으로 상승할 걸로 본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은 앞으로도 ‘사자’세를 유지할까. 동부증권에 따르면 과거 외국인이 대규모 순매도 행진을 벌이면 평균 3개월 동안 7조~8조원을 판다. 최근 상황이 이와 비슷하다. 남 연구원은 “외국인은 팔만큼 팔아 이제 국내 주식을 싸다고 여길 것”이라며 “기업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하락한 종목 위주로 매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변준호 HMC투자증권 연구원도 “과매도가 충분히 진행된 후 외국인이 매수세로 돌아와 의미가 있다”며 “저평가된 대형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라”고 조언했다.

 15일 신용평가기관 스탠더스앤푸어스(S&P)가 한국 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한 단계 올린 것도 호재다. 여기에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금리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외국인 투자가 더 활발해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신용등급 상승으로 외국인은 다른 신흥국보다 한국시장의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에 주목할 것”이라며 “FOMC 이후 금리인상에 대한 불안감마저 해소되면 외국인 매수세는 더 활발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외국인의 움직임을 신중히 바라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FOMC 결과가 세계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지가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국내 기업의 3분기 실적이 회복돼야 비로소 외국인의 국내증시 투자를 확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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